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E Dec 02. 2022

고작 사진 한 장이 인생을 알려주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깨달았다


성수동 그라운드 시소에서 열린 비비안메이어의 사진전을 다녀왔다. 인생 첫 사진전이었다.


많은 사전 지식 없이 그의 작품이 영화 '캐롤'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과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품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만 알고 갔다. 티켓값은 18,000원으로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전시를 다 보고 나서는 그 이상을 깨닫고 배웠다.


--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주로 뉴욕, 시카고에서 사진을 찍었다. 세계 여행을 다니며 남긴 사진들도 있었다. 덕분에 각국을 여행하던 때를 떠올리며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감상을 풀어놓기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잘 찍은 사진은 어떤 사진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예쁜 색감을 가졌거나 대상이 잘 나온 사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전혀 달랐다. 그의 사진은 움직일 것 같은 생생함이 있고, 영화 같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컬러 사진도 몇점 볼 수 있었지만 작품 대부분이 흑백 사진이었고, 티 안 나게 찍으려다 보니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구도의 사진들이 많았다.


또한, 그의 사진은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의 사진을 통해 공장 파업 관련 신문을 읽는 어느 노동자, 유괴당한 아이 어쩌고 신문을 읽는 사람도 볼 수 있었다. 그 시대의 중요한 이슈와 사람들의 반응을 담은 것이다. 사진 속 상황을 상상하다보니 대상이 움직이는 것같아 보였다. 


기억에 남는 사진 중 하나는 연인의 뒷모습이었다. 뒷모습에서는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느슨하게 잡은 손을 보며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사귀는 사이인지 얼마나 사귀었는지 어디를 가고 있는지 나 혼자 상상하고 질문하고 있었다. 이 사진에서는 사랑을 바라보는 그의 인간적인 시선을 볼 수 있었다.


그는 40년간 보모로 일했고 아이들을 찍은 사진도 정말 많았다. 주로 상반신 사진 위주로 찍었다. 아이들은 입을 앙다물고 있지만 눈망울에서 많은 이야기를 말하는 듯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물어보고 싶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었다.


셀피의 시초라고 볼 수 있으려나? 그는 자화상을 많이 남겼는데 거울샷, 그림자샷 등 재밌는 방식이 많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때와 장소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 보였다. 어쩔 땐 자신을 바라보지 않기도 했다. 탐험적인 자세로 늠름하게 찍은 자화상들이 보기 좋았다.


--


이 전시를 통해 사진 한 장에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덕분에 사진 찍는 것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 남기고 싶은 순간을 잘 표현할 방법을 고민하며 포착해보자고 결심했다. 우리 강아지가 혼자 놀고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을 담기 위해 내 시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도를 찾고 대상이 화면 중심에 올 수 있게 찍는 식으로 연습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깨달음도 얻었다. 보이는 것보다 느껴지는 것이 많은 사람이 되려 한다. 그의 작품은 직접 말하고 있지 않다. 요소들이 그 사진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나도 다양한 능력을 갖추고 나만의 인사이트를 차곡차곡 쌓음으로써 알면알수록 궁금하고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끊임없이 기록하려 했던 것과 같이 나의 시간들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때로는 강의를 통해 배우는 것보다 경험을 통해 느끼는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정답을 공부하는 것보다 내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 많이 성장하는 것은 살면서 계속 기억해야 할 진리인 것 같다. 앞으로도 전시를 자주 다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몰입 시간을 쭉쭉 늘리는 5가지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