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
인간은 본능적으로 사회적 증거(ex. 남들의 행동)에 따라 행동한다. 이를 증명하는 실험 결과들과 8가지 설득 방법을 소개한다.
1. 다수의 행동으로 설득할 것
미국의 인포머셜 분야에서(홈쇼핑과 비슷) 유명한 콜린 스조트는 남들과 다른 카피로 수많은 성공을 거뒀다. 재밌는 것은 그 카피가 '우리 직원이 바쁘니 나중에 전화하라'는 생각보다 덜 친절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은 이 문장을 듣고 바쁘게 전화를 받는 상담원들을 떠올렸고 수많은 사람들의 주문 행렬에 탑승하게 됐다.
어느 호텔에서 방문 고객의 수건 재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객실마다 '환경을 위해 수건을 재사용해달라'는 편지를 남기고 있었다. 로버트 연구팀은 이에 적합한 카피는 무엇일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두가지 실험군으로 나누었다. A: 환경을 위해 수건을 재사용 해주세요 B: 많은 이용객들이 수건을 재사용하고 있어요 라는 편지를 남겼다.
결과는, A 메세지보다 B메세지를 노출했을 때 수건 재사용률이 26% 증가했다. 다수의 행동이 한사람의 생각과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오늘날 고객리뷰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2. 편승효과
위의 실험 결과처럼 사회적 증거를 이용한 메세지는 업계에서 흔히 쓰는 메세지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이에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A: 호텔 투숙객 전체의 행동에 대해 말하는 것과 B: 같은 방에 먼저 묵었던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말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효과가 있을까? 이전 사람이 재사용한 수건이라는 사실에 불쾌해하며 참여율이 떨어지게 될까? 결과를 보기 앞서, B 실험군을 좀더 정확히 짚어보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숙박 기간동안 적어도 한번이상 수건을 재사용한다'는 사회적인 증거를 담은 것이다.
이처럼 조건을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로 더욱 강화했을 때 수건 재사용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예상과 달리 B의 참여율이 더 높았고, 위에서 설명했던 '환경 보호를 위해 재사용해달라'는 메세지보다 무려 33% 더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이 실험 결과는 사회적 후기나 증언이 중요하고, 더 나아가 증언을 하는 사람이 목표 대상과 더 비슷할수록 설득력도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우리는 누군가를 설득하고자 할 때, 내 기준이 아니라 목표 대상과 가장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3. 파괴적 메세지
화석의 숲 국립공원에서 절도 예방 목적으로 표지판을 세웠다. '나무 조각을 훔쳐가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 유산이 파괴되고 있습니다...(이하 생략)' 실무자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사회적 증거는 행동의 '부적절함'보다는 '만연한 현상'이라는 점에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
로버트 연구팀과 행동과학 연구팀은 3가지 상황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A: '이곳을 다녀간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석화된 나무를 가져갔기 때문에 숲이 훼손되고 있습니다'는 문구와 몇몇 사람들이 나무조각 줍는 사진을 덧붙였다. B: 사회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숲을 보존할 수 있도록 공원에서 석화된 나무를 가져가지 마세요'라는 문구와 누군가 혼자 나무 조각을 훔치는 사진을 넣었다. C: 아무 표지판도 세우지 않았다. 이제 미리 표시한 나무조각을 뿌려놓고 실험을 진행했다.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 C구역에서는 나무조각의 2.9%가 도난당한 반면 A구역에서는 7.9%가 도난당했다. 이처럼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적 증거는 의도치 않게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부정적인 사회적 증거를 제시하지 말고 '어떤 행동을 하고/하지 말아야 하는지'에만 관심을 집중시키는 방법을 써야한다. 아예 바람직한 행동 사례에 포커싱하는 것도 좋다.
4. 평균의 자석
'화석의 숲' 실험에서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로버트 연구팀과 웨스 슐츠 연구팀은 또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300가구를 대상으로 일주일간 각가구의 전기 사용량과 이웃 평균치와 비교한 내용을 누구나 볼 수 있게 기록했다. 실험 초기에 가구들 절반은 평균보다 많은 전기를 소비했고 나머지 절반은 평균보다 적게 소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주후 상황이 달라졌다. 전기를 많이 소비하던 사람들의 전기 사용량은 5.7% 줄었고, 전기를 덜 사용하던 사람들은 전기 사용량은 8.6% 늘었다. 사람들이 평균에 맞추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바람직한 행동을 하던 사람들이 덜 바람직한 표준에 맞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효과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그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인정해주어야 한다. 아이디어를 실험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전개했다. 이전과 동일하게 각 가구의 전기 사용량을 기록하고 평균치 초과/미달할 때 찡그린 얼굴/웃는 얼굴 이모지를 덧붙였다.
전기를 비교적 많이 소비하던 사람들은 울상인 이모지가 있던 없던 전기 사용량을 5% 가량 줄였다. 놀랍게도 전기를 적게 소비하던 사람들에게 웃는 얼굴을 덧붙인 경우 계속 전기를 적게 사용했다. 평균의 자석에 끌리지 않았다.
5. 옵션의 두얼굴
행동과학자 쉬나 이옌가르의 연구팀은 한 회사의 퇴직 연금 프로그램을 홍보할 때 설명하는 옵션의 가짓수에 따라 참여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퇴직 연금 옵션의 가짓수가 많을수록 가입 가능성은 더 적었다. 종류를 2가지만 제시했을 때 참여율이 75% 였지만 59가지 제시할 경우에는 참여율이 60%까지 떨어졌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것이 적용될까? 고급 슈퍼마켓에 시식대를 설치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여러 종류의 잼을 맛보도록 했다. A에는 6가지 맛을 제시하고 B에는 24가지 맛을 제시했다.
B는 시식대 앞에 온 사람들중 3%만 잼을 구입했고, A는 시식대 앞에 온 사람들중 30%가 잼을 구매핬다. 선택할 것이 너무 많을 때 소비자는 의사결정 과정을 힘들어할 가능성이 크다.
6. 공짜일수록 비싸보이게
사회과학자 프리야 라구비르는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구입하면서 보너스 사은품을 받은 경우 보너스 상품의 가치와 매력은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급격히 떨어진다고 조언한다. 사람들은 그냥 주는 물건이라면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가설을 실험했다. A 그룹 참가자들에게는 보너스로 진주팔찌를 준다는 주류 광고지를 보여주면서 진주팔찌의 가격을 평가해달라고 했다. B 그룹 참가자들에게는 진주 팔찌 자체만 놓고 평가해달라고 했다. 그 결과 A 그룹은 B 그룹보다 진주 팔찌 가격을 35% 낮게 책정했다.
일단 공짜라고 말해버리면 그것은 수치상으로 0원이 되어버린다. 원래의 목적에 해당하는 거래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객 유치를 위해 무언가를 무료로 제공하려 한다면 그 물건이 실제로 얼마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명시하는 게 좋다.
7. 타협안을 중간에 제시할 것
이타마르 시몬슨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을 선택할 때 타협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원하는 물건의 가격대가 최저가~최대가로 형성되어 있다면 둘다 아닌 중간 가격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월리엄스 소노마의 자회사들의 매출은 연간 35억 달러가 넘는데, 그중 일부는 기능이 향상된 고가의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판매량이 거의 두배로 뛴 중가 제빵기에서 나오는 매출이다. 비싼 제품을 제시하니 중간급 제품의 인기가 더 올라간 것이다.
이처럼 두가지 다른 가능성 사이에 원하는 대안을 집어넣는 것이 현명하다. 별로 좋지 않은 옵션과 누가봐도 좋지만 너무 비싼 옵션을 양옆에 두고 원하는 대안을 중간에 넣으면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8.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두려움을 일으키는 메세지로 광고하는 경우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험만을 묘사하고 위험을 줄일 방안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면 오히려 메세지를 거부하고 사실상 아무행동도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하워드 레벤탈의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파상풍 감염의 위험에 대해 설명하는 책자를 읽게 했다. A 그룹에는 파상풍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사진이 실린 소책자를 보여주었다. B그룹에는 파상풍에 대한 경고가 담긴 소책자와 예방 주사 일정을 함께 알려주었다. C 그룹에는 아무런 경고 없이 예방 주사 일정만을 알려주었다. 그 결과 A, B 그룹중 B 그룹만 파상풍 주사를 맞기로 결심했다.
비만 환자에게 운동을 열심히 해 살을 빼도록 설득하고 싶은 의사나 간호사는 살을 빼지 못할 경우의 위험성으로 환자의 관심을 집중시키되 구체적인 대책을(운동방법, 식단 등)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잠재적인 위험을 전달하는 메세지에는 반드시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따라하기 쉬운 방법이 같이 전달되어야 한다.
이처럼 사회적 증거를 활용해 전략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사람의 심리가 움직이는 근원적인 원리를 먼저 이해한 후 적용 범위를 넓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