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땅따코 Jul 04. 2023

모두에게 힘든 날

찌는 무더위가 찾아왔다.


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아무리 더위를 즐기는 자도 끝을 모르고 치솟는 체감온도 앞에선 열사병의 위험과 들끓는 불쾌지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모두에게 힘든 날이었다.

더위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선포를 내린 둣 했다. 그늘에까지 열기로 데워져 더위를 피할 구석 하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또 다른 온실 가스를 배출해 단 몇 평의 행복을 누리는 길을 선택했다. 


기후위기는 이제 교과서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때 아닌 소나기와 길어지는 장마는 여느 초등생의 일기 속으로, 무수한 직장인의 출근길로 스며들어 있다. 우산을 챙기고 나가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한 우기가 지속될 것이며, 도무지 온실 가스를 배출하지 않고는 버텨낼 재간이 없는 더위가 계속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온실 가스마저 배출해내지 못하는, 어느 냉방시설도 갖추지 못한 자들을 다수 잃게 될 것이다.


그러니 모두에게 힘든 날이지 않은가. 

냉한 공기로 습한 죄악감을 애써 날려 보내는 사람과

그러지 말아 달라고 소리치는 사람과

제 발에 제가 걸리듯 악독한 날씨를 견디는 사람과

누구와는 달리 어느 피난처도 못한 사람.


정말 정말로 모두에게 힘든 날이지 않은가.

매거진의 이전글 그럼에도 여전한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