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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따코 Oct 13. 2023

목요일의 밤공기

목요일의 밤공기는 선선합니다.


수풀의 내음도 진득합니다.

벌초를 끝낸 풀들의 냄새가 진동합니다.

그런데 또 하나 가득한 냄새가 있습니다.

바로 사람의 내음이지요.


늦은 밤 조깅을 나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테니스를 치러 나온 사람도 있고요.

자전거에 휘황 찬란 빛을 달고 떼로 달리는

동호회와 대비되는 낡은 자전거도 달리는 밤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노곤한 땀 냄새가

어떤 이에게는 어쩐지 익숙한 옷 냄새가

어떤 이에게는 방금 씻은 것 같은 샴푸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그 냄새들에 취하다 보면

취하다 보면

다른 것에 취한 이들 눈에 밟히지요.


목요일 다음엔 무엇이 옵니까.

바로 금요일이지요.

이 얼마나 설레이는 일입니까.

1년의 7일을 그리고 5일을 사는 많은 이들에겐

목요일은 그나마 견딜만한

누군가에겐 꿀 같은 연휴가 되어주기도 하지요.


남녀가 웃습니다.

볼은 발그레.

너를 데려다 주나. 나를 데려다 주나.

실랑이를 하는 듯, 소꿉장난을 하는 듯도 보입니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타코야끼 트럭 앞 간이 의자에 앉아

밤시간에 활기를 돋우는 주황등 아래

열심히 반죽을 굴리는 아저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원래 무언가에 취하면

계속해서 더 원하게 되는 법이지요.


그래서 목요일 밤은 늘 그렇듯 즐겁습니다.

휭 가버릴 주말을 앞둔 금요일 보다

넉넉하고

이제 겨우 절반을 넘긴 가파른 수요일보다

한숨 돌릴 수 있는

목요일이 있어


이 얼마나 살만한 세상인가요.

이 얼마나 즐거운 세상인가요.


취해서 쓰는 글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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