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집중력 너무 바닥인데
집중해야 할 것 이외의 것들에는 무섭도록 집중이 잘 돼서
이게 집중력이 안 좋다고 해야 하는 건지 ..흠
요즘 글을 너무 안 썼다
그래도 전에는 강박적으로 한달에 하나의 글이라도 발행하려고 했는데
이제 브런치는 먼지가 쌓여서 거미줄 치기 일보직전이다(이미 쳤다)
발행하지 않더라도 쓴 글 조차도 없다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말이 되게 자음과 모음을 맞춰보려 노력한 게 언젠지 모르겠을 정도
한때 존재 이유라고 생각했던 것도
이렇게 쉽게 놓아진다
붙드는 것보단 놓치는 편이 항상 손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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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에 어머니가 끈도 찍찍이도 없이 편히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사주셨다
얼마전에야 어머니는 그 일을 후회하셨다
'저건 게으른 신발이야 저런 신발을 사주는 게 아니었는데'
'게으른 맛'을 알아버린 나는 또 뒤꿈치가 없는 신발을 샀다
신발을 손쉽게 신고 벗을 수 있음에 만족감이 높았다
어머니는 그걸 보고 한숨을 쉬셨다
신발을 신고 벗는다, 해낸다는 감각조차 없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동
그 행동조차 버겁게 느껴질 때
사방의 공기조차 짐이 되어 어깨로 내려앉았다
우울이다
우울의 발단은 어렵지만
전개는 아주 쉬웠다
버거운 것을 버겁지 않게 하는 가장 쉬운 일은
다 내던져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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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단한 일이 쉬워지지 않는 순간이
정신 건강 이상의 징후라고 하는 이유다
근데,
이 우울이란 것과 덥고 춥고 몇 번을 반복하다보니 깨친 건
한순간 놀랍도록 괜찮아지는 것도
우울의 속성이라는 것
우울은 무겁지만 침잠하므로
내려놓는 순간 그 무게는 0에 수렴하기도 한다
우울을 오래 마주한 사람들은
그것을 그냥 그들의 내면, 본성으로 받아들이듯
우울 또한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사회성을
발휘해 버린다
요즘 내가 그렇다
그냥 친구 하나 늘었다 하고 살아가는 중이다
편한 신발 신는 게 뭐 어때서
그걸로 내 일상의 무게가 30g이라도 줄어든다면
나는 그걸로 그만, 만족足이다
아주 작은 것에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
-30g의 만족감은 그보다 더 큰 고통과 비할 바 없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아는 중 가장 무거운 어머니의 근심은 내 알바가 아니게 된다
게으른 나도 괜찮아 보인다는 미친 자신감에 도달하게 된다
친구들아,
뭔지 모르겠는데 너무 무거울 때
몸과 마음의 짐을 줄여야겠다고 느낄 때가 온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실행에 옮겨라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해
부러 고생한다? 말리지는 않겠지만
더 쉬운 길, 더 편한 길을 찾는 너라도 지탄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누구도 내가 아닌 한숨에 묶여 살 필요 없다
네가 어떤 방면으로든 한계에 임박했다면
그냥, 살짝 손을 놓아 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게 나에겐 효과가 있었다
그것을 나도 지금에야 알게 됐다
그런 말을 하고 싶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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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꽤 괜찮은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기분이 언제 또 손바닥처럼 뒤집힐 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분을 온전히 내 힘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더 힘을 내고 있다
힘을 내고 있다 . 태생적으로 가진 힘이 이렇게나 미약한데
집으로 이끌리는 힘만이 나의 가장 큰 슈퍼파워인데
이불 밖에서 이렇게 기필코 힘을 내고 있는 내 자신
너무 기특하고 칭찬해줘야 하지 않겠나
다들 댓글로 나(너)에 대한 칭찬 하나씩 남기고 가라
다들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