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소회록
내가 잘 하는 것은 무엇일까,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 일을 어떻게 할 때 행복해 했지?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일, 가장 자랑하고 싶어 하는 일을 써보게 했다. 처음 2-3분 동안은 이것저것 쓰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펜의 속도가 느려진다. 급기야 아무 것도 쓰지 못하고 앉아 있다.
대학교 1년생이 되기까지 죽어라 공부만 했을 친구들, 성실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친구들, 공부 이외에 무엇을 잘하는지, 잘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경력탐색이라는 과목을 통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요구분석을 진행 중에 있다.
전공을 선택할 때 1차적으로 생각했던 직업 또는 일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직업가치관검사, 직업선호도검사, 대학생진로준비도검사, 학생핵심역량검사 등을 통해 자신의 특성을 어디까지 발견했는지?
입시를 통해 한 번 걸러진 집단 속에서 학습을 하고, 팀플을 하고, 역할을 수행하며 끝없이 비교하고 당하면서 자신의 리더십 스타일을 끌어내고는 있는지?
지금까지의 삶 속에서 경험한 일들을 떠올려보고, 그 상황에서의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며 내 삶의 가치, 삶의 방향성은 무엇이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20여 년의 시간 동안 그토록 원했던 것은 무엇인지, 무엇 때문인지, 채워지고 있는지, 어떻게 채울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50여 일의 시간 동안 나의 어떤 면을 보고서 하는 말인지, 나의 어떤 면이 학우들에겐 좋게 보여졌는지,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내가 같을 수도 다를 수도, 같은 이유와 다른 이유를 찾으며, 학우들의 피드백을 나는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는지 스스로를 성찰한다.
ESG, ChatGPT, AI, Work-Learning Blending, Reverse Recruiting 등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정보와 변화 속에서 내가 찾아갈 곳은 어디인가, 비슷한 수준의 학우들 속에서 무엇을 경쟁력으로 내걸어야 하는지 이제부터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학기가 시작된 후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그럼 나는 지금껏 무엇을 했을 때 두근거렸던가, 어떤 일을 끝냈을 때 새삼 살 만 하다고 느꼈던가, 어떤 일을 하는 동안 살아있음을 느꼈던가. 인생 선배로서 어떤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이 과목을 맡은 것일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한다는 것, 나니까 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유일성 같은 것 때문에 심장이 나대었던 적이 있었다. 깊고 짙은 터널을 뚫고 빛을 맞이하는 배우들의 일화를 접하며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감사해했던 적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학업을 계속하고, 오늘도 공부하며 내일을 준비한다. 받은 만큼 돌려주고, 얻은 만큼 나눠 주고, 배운 만큼 쓸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대학 강의를 하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배운 만큼, 받은 만큼, 얻은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