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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데이팔팔 Aug 29. 2023

스몰톡 저는 안 하렵니다

죄송하지만 안물안궁입니다


현 직장은 나의 두 번째 직장이다. 첫 번째 직장에 입사했을 때가 2011년이었으니 직장생활을 한 지 나도 벌써 12년째가 되었다. 나름대로 다년간 직장생활을 해보니 과장을 조금 보태 직장생활의 3분의 1은 스몰톡이 차지하는 것 같다. 스몰톡의 주제는 그때그때 다양하다. 내 얘기 일 때도 있고 남의 얘기 일 때도 있다. 나는 내 얘기를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친하지 않은 사람의 자기 얘기를 듣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며, 그 자리에 없는 제3자의 얘기를 하는 것도 지양하는 편이므로 스몰톡에는 좀처럼 참여하고 싶지가 않다. 첫 직장에서, 그리고 두 번째 직장의 초반 2년 정도는 스몰톡도 사회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참여하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 않아도 되었을 내 얘기를 하느라고 진을 뺐던 것, 그 얘길 대체 왜 했지 하며 자책하던 숱한 밤도 생각난다. 그리고 이제는 굳이 애쓰지 않는다. 업무시간에는 내 자리를 지키며 일하고, 점심시간에는 오후시간을 위해 재충전을 하며 지낸다.


쓰고 보니 내가 사회성 제로의 인간 같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운이 좋게도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는데, 스몰톡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함께 일을 하면서 합이 잘 맞았던 사람들과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서로 친분이 쌓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업무 외적인 부분에서도 대체로 나와 비슷한 성향인 듯하다. 스몰톡은 힘들지만, 내 일에 있어서는 소심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과거에 그랬듯이, 스몰톡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회초년생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성향에 따라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알려주고 싶다. 나는 이걸 잘 몰랐어서 나름대로 마음고생을 했던 편이기 때문이다. 물을 마시러 탕비실에 갔을 때,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잠깐의 찰나, 식사를 하러 가는 길, 이제는 더 이상 가림막이 없는 식사시간 등에서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 힘든 사람들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겠지만, 굳이 적응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적당히 맞장구나 치면서 만회해도 되는 시간이다. 재미없고 건조한 사람이라는 평이 따라붙을 것은 감수해야 하겠지만, 이 또한 나를 알아볼 사람들은 결국 알아보게 되어있다. 뭐, 몰라봐도 나쁘지 않다. 대신 재미는 없지만 같이 일해보니 일은 잘하더라, 하는 정도의 평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건 내가 지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요즘은 서로 개인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 문화가 많이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주말에 뭐 했냐, 휴가 때 뭐 하냐 등의 질문을 받는 것도 불편했던 내게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누군가 눈치 없이 그런 질문을 했다가는 요즘 그런 거 물어보면 안 돼~ 하고 핀잔을 받기도 한다. 사적인 이야기는 사적인 관계에서 하면 될 일이다. 업무 공간은 엄연히 공적인 공간이니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수요소는 아니라는 얘기다. (스몰톡을 안 해도 된다는 얘기는 인사를 안 해도 된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인사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혹시나 이 글을 볼 수도 있을 사회초년생이 있을까 싶어 덧붙인다.)  


스몰톡에서 자유로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자리도 불편했고, 그런 자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들도 불편하던 시간이었다. 이제 나는 나의 에너지와 리듬에 따라 지낸다. 하루이틀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어쩌면 30년은 족히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고 볼 때 내 스스로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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