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 내리막길

둘째의 철학 수업

by 아빠 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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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는 킥보드만 가지고 나갔다 하면 꿀벌처럼 여기저기 붕붕거리면서 씽씽 달려 다닌다. 둘째는 반대다. 좁은 킥보드 발판에 작은 두 발을 간신히 얹어놓고 가만히 서있는다. 나보고 끌고 가라는 말이다.


어제도 킥보드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한참 내리막길을 끌고 가는데 둘째가 말했다.


"아빠, 이건 내리막길이야?"

"응 내리막길이야. 높은 데서 낮은 데로 가는 길을 내리막길이라고 해"

"아빠, 그럼 이건 오르막길이야."

"내리막길이라니까? 우리 내려가는 중이야"

"빠~ 그러니까~ 이건 오르막길이라고"


몇 번을 이야기해줘도 이해를 못하길래 '얘가 도대체 왜 이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와 나의 토론은 끝나지 않았다.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던 내리막길의 끝에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뒤로 돌아 집으로 향하는 우리 앞에는 지금까지 내려오던 오르막길이 펼쳐져있었다.


"어- 준돌아, 네 말이 맞았어. 이제 오르막길이네!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잖아"

"그거봐~ 내가 오르막길이라고 했잖아"


둘째가 작고 통통한 손으로 뒤통수를 한대 '빡'때린 것 같았다.


우리 인생 삶. 내리막길 같아 보여도 관점만 바꾸면 오르막길이고, 오르막길 같아 보여도 방향만 바꾸면 내리막길이었다.


요즘 둘째가 계속 큰 가르침을 주시는 게- 저 녀석 혹시 천재 아닌가 싶다. 말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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