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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찬 May 27. 2024

자연의 필연

봄에서 여름으로 더디게만 넘어가고 있다. 이러다가 급하게 여름이 찾아올 것만 같다. 하지만, 푸르른 녹색과 알록달록 색의 향연이 있는 계절이 어느새 내 일상에 스며든 날, 나는 잠시 쉼을 위해 꽃잔디와 나무가 심어진 화단을 바라봤다.


화단은 이미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나뭇잎들과 꽃들이 서로를 부드럽게 스치며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듯했다. 그중에서도 꽃잔디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그 꽃잔디는 한겨울에도 잔뜩 웅크리고 있다가 이 봄 이 계절에 활짝 피려고 인고의 시절을 버텨왔는데, 이제는 짧디 짧은 시간에 노란색과 갈색으로 바뀌었고, 가벼운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며 부서지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나는 이 꽃잔디와 작별을 예감했다. 내년에 또다시 만날 것을 기대하며.


이 꽃잔디의 운명은 자연의 순환 속 필연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이 작은 일상 속 변화가 담고 있는 의미는 그 어떤 큰 사건보다도 강렬했다.


이 꽃잔디가 지는 순간, 그것은 단순한 종말이 아니라, 생의 전체 여정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마침내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 인생에서도 많은 순간들이 이 꽃잔디와 같이 무심코 흘러가고 있다.


변화는 우리 각자의 삶에서 불가피하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중대한 순간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곤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순간들은 때때로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된다. 꽃잔디가 지면 그 자리에서 내년을 위해 또다시 새로운 색의 꽃을 피우게 하려는 것처럼, 우리의 잃음 또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꽃잔디가 지면서 내는 소리는 가끔 쓸쓸하고 슬플 수 있다. 하지만, 그 소리는 또한 자연의 끊임없는 순환과 삶의 연속성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이별과 만남, 성장 등은 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의 리듬 속 일부다.


꽃잔디가 지는 것을 슬퍼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변화의 필연성을 알게 된다. 꽃잔디가 이쁜 색으로 바람에 흩날리며 내 마음을 빼앗던 그 모든 시간들이 무상하며, 모든 존재가 결국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로, 시간과 순간 속에서 계속해서 움직이고 변화하며, 결국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이에 꽃잔디가 지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는 삶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꽃잔디가 지는 그 순간, 우리는 삶의 소중한 교훈을 배우고 내면의 성장을 경험한다. 그 순간이 우리에게 더욱 풍부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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