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_대상(문학동네)
38쪽
왜냐하면 너는 아마 영원히 모를 테니까. 뭔가를 모르는 너.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없고, 미움받는다는 것을 알아챈 적도 없는 사람. 잘못을 바로 시인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너는 코스모스를 꺾은 이유가 사실 당신 때문이라는 걸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아니고, 누가 나를 이해해주냐는 외침을 언젠가 돌려주고 말겠다는 비릿한 증오를 품은 사람도 아니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손을 잡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지.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 아니야. 그래,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때문에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네가 진짜 악역이라는 것을. -그런데 말이야 - 과연 그걸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43쪽(오은교 평론가)
그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모범적인 페미니스트 서사가 아니라 여성들도 싫어하는 여성의 욕망을 탐구하는 일에 자신의 커리어를 바쳐왔다. 이 짧고 강렬한 소설에서 그가 탐구하는 여성들은 바로 '가부장제 부역자'로 불리는 가족 내 여성 구성원들이다. 패악질을 일삼는 정신 나간 시어머니, 가족 행사에 혼자만 쏙 빠진 시사촌, 그리고 남자에 대한 사랑 때문에 구습 재생산에 가담하는 젊은 새댁인 화자 '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