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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rot Jun 28. 2020

아빠의 삼계탕 사랑

우리 딸~ 삼계탕 한바탕 뜯어볼까?

나의 아버지께선 육류를 좋아하시는데 그중에 특히 닭을 좋아하신다. 보통 삼계탕은 몸보신으로 여름에 먹는 음식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 집은 유별나게도 사계절을 먹는다. 


우리 집 요리사는 엄마가 아니라 아빠다. 

아빠는 삼계탕을 요리할 때면 사람은 잘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며 항상 하는 말씀이 있다.



우리 딸~ 오늘도 삼계탕 한바탕 뜯어볼까?!



어젯밤에 내게 잘 먹어야 일도 하고 힘을 낼 수 있다며 닭 한 마리를 또 삶으셨다. 사실 나와 동생들은 아빠의 삼계탕에 완전히 물려버렸다. 엄마는 원래 육류를 즐겨 드시지 않으셔서 고기반찬은 항상 아빠와 딸 셋의 몫이다. 우리가 아빠의 삼계탕에 물린 분명한 이유가 있다. 사계절 내내 아빠는 삼계탕을 즐기는 사람이다. 거기다 한 달에 한번 해 먹는 거면 그 정도는 맛있게 먹겠는데 짧으면 일주일도 안돼서 집에서 아빠의 삼계탕 요리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처음 아빠의 삼계탕이 너무 맛있어서 아빠 이거 너무 맛있어!! 역시 우리 아빠가 한 요리가 제일 좋아!라고 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아빠한테 우리 삼계탕 먹은 지 일주일도 채 안 지났다며 다음에 먹자고 해도 소용이 없다. 이제와 드는 생각이지만 아빠는 사실 본인이 제일 먹고 싶어서 요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아빠가 삼계탕을 삶겠다고 하면 아빠의 딸내미 셋은 소리를 지른다. 


 


밤엔 도저히 느끼해서 못 먹겠기에 내일 아침에 먹겠다며 지금 당장 닭다리 하나 건져 먹으라는 아빠의 말을 겨우 물렸다. 그리고 오늘 낮에 삼계탕을 먹었다. 아빠의 삼계탕은 분명 맛이 있지만 물린다.. 그것도 하루 삼시 세 끼를 먹고 그다음 날까지 삼시 세 끼를 먹어야 한다. 우리 집 식구들은 엄마 아빠 나 동생 둘 이렇게 다섯 이서 치킨 한 마리를 다 먹지 못하고, 항상 남겨서 그다음 날까지 먹을 정도로 양이 적어서 아빠가 푸짐하게 만들어놓은 삼계탕은 3일 동안 열심히 먹어야 겨우 다 팔리는 정도다.


만약 아빠가 일을 끝내고 저녁에 집에 왔는데 아빠의 삼계탕이 아침과 똑같이 남아 있으면 오늘 삼계탕이 팔리지 않았다며 우울해하신다. 


그래도 누군가에겐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앞으론 아빠의 정성 가득한 삼계탕을 좀 더 감사하며 먹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 많이 못 먹고 남겨서 미안해 아빠.

다음부턴 더 맛있게 먹을게, 항상 요리해줘서 고마워, 사랑하는 우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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