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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ttoo Mar 27. 2022

네가 비건이라서 그래

흔들리는 비건에게

혹시 여러분은 그런 말 들어본 적 있나요?


 네가 비건이라서 그래

저는 며칠 전에 이 문장을 듣게 되었어요. 그 이유는 바로 제 건강검진 결과 때문이었죠. 피검사 결과 저는 빈혈기가 있다고 나왔어요. 지인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저에게 말했어요. ‘네가 비건이라서 그래’라고 말이에요. 저는 기분이 나빴어요. 비건이라고 해서 반드시 모두가 빈혈인 것도 아니며, 비건이 아닌 사람도 빈혈일 수 있으니까요. 여자의 경우, 생리(정혈) 전 후로 피를 뽑으면 빈혈이라고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곧 화를 가라앉히고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더 건강 관리를 잘해서 그런 오해를 받지 않아야겠다’라고 말이에요. 


근데 이 상황, 뭔가 익숙하지 않나요? ‘네가 옷을 짧게 입고 나가서 그래’, ‘네가 밤늦게 돌아다녀서 그래’, ‘네가 맞을 짓을 해서 그래’.. 누군가 범죄를 당했을 때 항상 주변에서 하는 말들이에요. 

저는 인터넷에서 이런 말이 떠돌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옷을 짧게 입으면 안 되는구나.’,  ‘밤에 늦게 돌아다니면 안 되는구나’, ‘맞을 짓을 하면 안 되겠구나’..


하지만 인권을 열심히 공부한 지금은 모든 범죄는 가해자의 잘못인 것을 알아요. 어떤 사람이 범죄를 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과실이 있는 것을요. 또한 피해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정말 폭력적이라는 것도요. 


사실 저도 비건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네가 비건이라서 그런 거 아니야?’라는 말을요. 몸이 안 좋다고 하면 모두 그렇게 말하곤 했어요. 그때는 비건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저도 그런 생각에 쉽게 동요되었어요.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비건 가공식품을 많이 먹어서 그랬던 것이지만요.  


저는 4년 동안 비건을 하면서 저를 믿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어떻게 비건을 실천하느냐에 따라 비건이 건강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질 필요가 있어요. 내가 폭력적이라고 의식하지 못했던 말들은 경계해야 하죠. 그런 말을 경계하지 않으면 그 말을 흡수하게 되니까요. 그 말을 흡수하면 결국 우리는 우리에게 폭력적인 말을 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부정적인 것들의 원인을 비건이라고 할 때 우리는 거기에 흔들릴 필요는 없어요. 우리는 비건이라서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만들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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