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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기바라봄 Jan 20. 2024

아빠를 기록하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세상의 모든 아빠들을 위한 기록

지금의, 과거의, 앞으로의

아빠를 그리워할 사람들을 위한 기록




아빠를 생각하면 어릴적, 아빠의 두 발등 위에 올라가 리듬을 밟으며 걸었던 시간이 늘 떠오른다. 내 발은 아빠의 발보다 한참이나 작아서 내 발이 올라갔는데도 아빠의 발가락이 보였었으니까 말이다. 이상하게 아빠를 만나면 습관처럼 아빠의 발등 위에 올라가 얼굴을 보며 주춤주춤 걸으며, 하루 일을 이야기 하곤 했었다. 아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아빠와 딸 *그림작가 by sun*


아빠의 발등 위에서 걸으면 완전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랄까? 내가 아빠 위에 올라가 아빠를 무겁게 하진 않을까?라는 걱정보다는 '재미있다', '또 하고 싶다' 생각하며 아빠에게 이쪽으로 저쪽으로 가자고 방향등을 킨 자동차처럼 주문을 했었다. 아빠는 싫은 내색도 없이 나의 스텝에 따라서 내 말에 따라서 움직여줬었다. 누군가의 위에 있지만 가장 자유로웠던 순간이라 그 때가 늘 이렇게 자주 떠오르는 걸까? 참 신기하다.



조잘조잘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며 "내 딸이 최고다"라고 했던 아빠, 제일 이쁘다, 최고다라는 이야기가 사회에 나가면 그리 듣게 힘들 줄을 사실 몰랐다. 어쩌면 알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에는 참 모르는게 많았다. 아빠의 그늘진 얼굴 뒤에 있었던 가장의 무게, 사업의 힘듦을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마냥 아빠의 발등 위에서 스텝을 밟으며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의 나에게 "세상 사는게 쉽지가 않은 거다"라는 입바른 소리 대신 미소로 나를 쳐다봐 주셨던 아빠를 떠올리면 새삼스럽게 고맙다.


 참 오랫동안 나는 아빠의 발등에 올라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키가 남들처럼 쑥쑥 크지 않은 덕에 나는 늘 아빠보다 작았었고, 중학교 무렵까지도 나는 자주 발등에 올라가서 스텝을 맞추며 조절거리기를 반복하곤 했다. 자주 했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아있는 것일까?


누군가의 발등에 올라가는 경험은 인생에서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다. 특히 인간의 생에서 어릴 때만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나처럼 자주는 아니더라도 어릴 때 누군가, 특히 아빠의 발등에 올라간 경험이 한 번쯤은 다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닌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했던 발등위에 섰을 때의 기분을 기억하시나요?

내 딸이 발등위에 섰을 때 아빠였던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그때나 생각나시나요?


오늘 이 시간 그때를 잠시 추억할 수 있었으면, 그리운 시간을 잠시 기억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에필로그1**

나는 어느 순간 아빠에 대해서 떠오른 시간과 추억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빠가 이 글을 읽던 안 읽던 더 희미해지기 전에 글을 통해 아빠와의 시간을 붙잡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아빠가 뇌출혈로 쓰러지신지 올해로 15년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아프기 전에는 아빠와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빠가 건강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지 생각할 일이 없었다. 나는 늘 나만의 세상을 그리며, 아빠는 잘 몰라 내가 선택하고 생각한 것이 진짜고 맞는 거라고 주장하는 철없는 딸이었을 뿐이었다. 내가 나만의 세상을 꿈꿀 수 있었던 이유가 아빠 덕분이라는 것을 그 일을 겪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아빠가 아프고 나서도 한참을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건강했던 아빠로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바랬었다. 그러한 바램마져도 나를 위한 바램이었다.



**그림은 by sun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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