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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튜라 Oct 04. 2020

교육은 경쟁인가?

교육과 경쟁에 관한 짧은 생각

  유튜브에서 ‘유치원 추첨장에서 깨닫게 된 진짜 '공정'의 의미’라는 제목의 강연을 보게 되었다. 강연자가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등록시킬 때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많은 부모들이 그곳에서 번호표를 들고서 로또를 기다리듯이 초조해하고 있는데 그중 쌍둥이 엄마가 있었다. 쌍둥이 중 한 명이 당첨이 되었는데, 쌍둥이 엄마가 아직 당첨되지 못한 아이도 함께 유치원에 다닐 수 있도록 부탁을 했다. 이런 요청에 한 아이 당 한 표가 당첨이 되어야 하며, 몇몇 부모들이 강력하게 항의를 하여 결국 부모들 간의 다수결로 결정하게 되었다. 두 번이 당첨되기는 매우 어렵고, 유치원에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에는 동생이 우선적으로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백여 명의 부모 중 70여 명이 한 아이당 한표에 찬성했고 쌍둥이 엄마는 결국 한 아이밖에 당첨이 되지 않아 유치원 등록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다섯 살 밖에 안되는 아이들이 벌써 경쟁 사회의 일원이 되는구나

옆에 있는 친구를 이겨야지만 내가 어떤 혜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주류가 될 수 있구나”

유치원 추첨장에서 깨닫게 된 진짜 '공정'의 의미, 이신혜('걱정은행' 공동저자, 경기도청 공정소비자과장)


  우리는 교실에서의 경쟁에 익숙하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늘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늘 주기적으로 시험을 보면서 자신의 능력을 평가받고, 서로 간의 우열을 가린다. 높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우수한 학생으로 여겨지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부족한 학생으로 여겨지게 된다. 과장을 조금 보태긴 했지만, 전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교육 환경 속에서 학생들은 경쟁의 생리를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를 밀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교육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다. 경쟁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작금의 교육 문화는 분명히 잘못되었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논어의 헌문편에 “옛날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배웠지만, 오늘날은 남을 위해 한다.”라는 말이 있다. 학문의 목적이 경쟁에서 이기거나 남에게 과시하기 위함이 되어서는 안 됨을 경고하고, 학문의 목적이 자신을 위함에 있어야 함을 일러주는 경구이다. 

  경쟁이 교육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경쟁은 교육의 수단으로서 작용해야 한다. 경쟁이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을 장려할 필요는 있지만, 지나치게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우리의 교육 환경을 반성해야 한다. 경쟁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본질이 훼손된 교육은 끊임없이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다. 오늘날의 현실 속에서 교육의 목적은 배움이 아니다. 배움은 들러리 취급을 받고 오히려 그보다는 높은 성적을 받는 것, 좋은 학교에 가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 지식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취업사관학교가 되어버린 우리의 교육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열심히 공부하는 누군가를 비난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깐.


  교육에서의 목적 전치 현상은 어디에 기인하고 있을까? 비정하고 냉혹한 한국 사회의 문화에 있다. 우리 사회는 패자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승자가 누리는 영광과 성취를 당연하게 여기는만큼, 패자가 감당해야 하는 고통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승자가 열심히 노력하고 경쟁에서 이긴 만큼 누리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에서 뒤처진 이는 어떤 것도 누릴 수가 없다. 삶의 모든 과정이 경쟁으로 점철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쟁의 이데올로기가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당연히 교육은 이를 벗어날 수 없다. 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학생들은, 청춘들은, 좌절하고 방황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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