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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다 Nov 07. 2022

소설 토지와 끄적끄적 #8

여자도 남자하기 나름이다.

※ 이 글에는 소설 토지의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스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패스해 주세요.


토지 1부 2권 제2편 추적과 음모

13장 꿈



 "흥, 언제는 제집한테 미쳐서 내 눈에 피눈물을 나게 하더니만 이자는 일에 미쳤고나. 제집한테 미친 유가 아니고나! 이거는 머 열 첩 둔 것보다 더하네 더해!"
 처음에는 밤마다 싸웠다. 다음에는 이틀 만에, 다음은 사흘 만에, 그러구러 지쳐버린 강청댁은 열흘을 넘기고 스무 날을 넘기고 하는 동안 어느덧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낙이 되고 말았다. 낮잠 자기 아니면 마실 갔고, 마실 가서는 그도 용이가 일에 미친 것과 마찬가지로 숨 가쁘게 지껄이는가 하면 허리를 잡고 눈물을 찔끔대며 웃는 둥 들린 여자같이 요란 벅적했다. 자연히 시비도 잦아질밖에, 임이네하고 대판 싸움을 하더니 막딸네가 최참판댁의 삼수하고 눈이 맞았다는 수상쩍은 말을 하여 한 소동 피운 것이 그저께의 일이었다. 악담과 음담패설이 오가던 그날 싸움 광경을 구경한 마을 남정네들도 처음은 재미있어했으나 차츰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찼다. 동네가 시끄러우니 어떻게 조치를 해야잖겠느냐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 토지 2권 134쪽


월선이 강원도 삼장수를 따라갔다는 소문을 남긴 채 사라졌을 때 용이는 한 번 무너졌다.

그리고 윤보가 그것을 보았다더라는 소식을 듣고 흘러간 유행가의 가사 '총 맞은 것처럼' 넋이 나가버린 용이.

항상 강청댁에게 게으른 인사라는 푸념을 들어왔던 그가 일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시간의 고문에서 달아나기 위한 필사의 선택으로 일을 택한 용이는 밤낮 일에 매달린다. 강청댁과의 잠자리를 마다하는 것은 물론, 각방 생활까지 돌입한 그는 앞으로 보다 뒤로 보나 유책 배우자이다.

 '부모가 맺어줘서 어쩔 수 없이 너랑 산다.'는 메시지를 온 몸으로 풍기는데 어떤 여자가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있을까? 차라리 강청댁도 용이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관계가 더 나았을지는 모르겠다. 강청댁의 타고난 천성에 용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조화를 이뤄 '강짜부리는 강청댁'이 완성 된 것은 아닐까?


흔히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 하지만

여자도 남자하기 나름이다.


용이 가슴 속에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을 두고 부모가 맺어준 인연과 혼인할 수밖에 없었던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 모두에게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지만, 시집와서 오매불망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는 여자 '내 가숙'에 대한 책임감을 좀 가졌었더라면 이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텐데....

영팔의 충고에도 모질고 독하게 꿈쩍도 안하는 용이.


그가 강청댁에게 해 준 단 한 가지는,

돌아가신 부모님 제사상 받드는 일이었다.

모진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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