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라다 Nov 04. 2022

소설 토지와 끄적끄적 #7

탐욕은 간절한 소망이 될 수 있을까?

※ 이 글에는 소설 토지의 전반적인 내용이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를 원치 않는 분들은 패스해 주세요.



토지 2권 1부 제2편 추적과 음모

12장 자수당(子授當)의 정사(情事)


처녀는, 그렇다, 처녀는 신성한 처녀성을 한 사나이에게 바치기 위하여 목욕재계를 했던 것이 아니다. 그는 자수당 미륵불에게 뜨거운 소망을 기원하기 위하여. 음란도 이 여자에게는 죄가 아니었다. 거짓도 이 여자에게는 죄가 아니었다. 살인도 이 여자에게는 죄가 아니었다. 오로지 소망을 들어달라는 다짐만이 간절했을 뿐이다. 신은 이 여자에게는 악도 선도 아니었다. 오로지 소망을 풀어줄 수 있는 능력, 영험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한 일이었을 뿐이다.

-토지 2권 125쪽


 귀녀는 자신을 종 부리듯 부렸던 사람들을 자신이 종으로 부리겠다며 최치수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 실은 자손을 볼 수 없는 상태인 치수임을 알지 못하는 귀녀는 치수를 유혹해 임신하는 것에 실패하고 우선 아이부터 갖기로 평산과 계획을 한 것이다. 평산은 어떤 이유에선지 칠성을 끌어들이고 칠성과 귀녀는 자수당에서 몸을 섞는다. 귀녀는 기도하듯이, 개울물을 끼얹을 때 느꼈던 오소소 떨리었던 고통의 연속 인양, 칠성이는 아주 힘겹게. 두 사람의 정사는 끝이 났다.


소망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뜻하고, 탐욕은 지나치게 바라는 것을 뜻한다.

귀녀의 소망은 탐욕일까, 소망일까. 탐욕이라면 왜 탐욕일까? 귀녀의 탐욕은 간절한 소망이 될 수 있을까?

귀녀가 치수를 유혹하고자 했을 때까지는 소망이었으나, 평산과 칠성을 끌어들여 거짓을 꾸미기 시작했을 때부터는 탐욕에 가깝다. 하지만 귀녀를 욕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인간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만큼을 바라야 하는 걸까? 

신분제도, 선과 악, 옳고 그름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자신의 존엄을 지키고 싶어 했던 귀녀의 방법이 인간이 만든 옳고 그름의 선을 지키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 사랑받지 못해서 얼어버린 마음에 따뜻한 볕을 쬐어주고 싶다. 


결론은 칠성과 귀녀의 자수당 정사는 성공하지 못한다. 그러나 신은 그녀의 간절한 소망을 들은 것 같다. 귀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을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소설 토지와 끄적끄적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