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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다 Nov 03. 2022

소설 토지와 끄적끄적 #6

황금의 무지개, 어렴풋이 보이지만 가질 수 없는 무엇

※ 이 글에는 소설 토지의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스포를 원치 않으시면 패스해 주세요.


토지 2권 제2편 추적과 음모

11장 황금의 무지개


 몰락한 양반가의 김평산, 평산은 양반이라는 허울을 갖고 있지만 제 손으로는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공부도 하지 않고 집안을 돌보기는커녕 투전판을 기웃거리고, 아내를 폭행하는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지질한 남자다. 평산은 우연히 귀녀의 계획을 눈치채고 대놓고 끼어들어 숟가락을 얹어놓고 최참판댁의 재산을 탐내는 자다. 하늘에 떠있는 별들 중에 자신의 별을 떠올리며 가장 큰 별을 찾아놓고도 '저 별은 나의 별'을 외치지는 못하는 남자.

 최참판댁의 여종 중의 한 사람인 귀녀는, 자신이 조상은 종 출신이 아니라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려 종이 된 신분이라 믿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을 부려먹는 사람들을 자신이 종으로 부려먹겠다는 소원을 품는다. 평산이 최참판댁의 재물을 취하겠다고 마음먹은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귀녀는 최치수를 유혹해 안방 마님이 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나, 평산의 개입으로 칠성과 엮이게 된다.

 강포수는 귀녀에게 부탁받은 여우의 **을 구해주었다가 평산에게 그 사실을 알리게 되어 평산과 얽힌 인물.

강포수는 최치수의 사냥 선생으로 최참판댁에 발을 들이고 가까이에서 귀녀를 보며 귀녀와 결혼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세 사람의 모든 것이 황금 무지개. 최참판댁의 재물도, 최치수의 아내의 자리도, 귀녀도, 모두 그 자리에 존재하지만 그들이 가질 수 없는 것들이다. 희미하게 떠있긴 하지만 그 시작이 어디인지 끝이 어디인지 알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무지개. 황금색 무지개가 내 앞에 휘황찬란하게 펼쳐져 있어도 가질 수 없다. 꿈을 꾸어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욕망,

라캉은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말했으며 그렇기에 그 욕망은 절대 채워질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때로는 욕망 덕분에 내가 성취하는 것들도 있긴 하지만 '그것이 정녕 내가 바라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욕망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욕망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조차도 욕망이다. ㅎㅎㅎ

욕망은 결코 채워질 수 없기에 욕망인 것이 아닐까?

우리는 끊임 없이 무언가를 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장날마다 주막을 찾아 '작년에 왔던 각설이~' 타령을 하는 각설이의 말을 인용하며 두서없던 글을 마무리 짓는다.


토지 2권 102쪽


"이 쇠 빠질 놈들아! 너거 퍼믹일라고 내가 이 장사하나! 장날마다 옴서 머 우짜고 우째? 작년에 왔던 각설이라꼬?"

"아따 긴 짐승(뱀)도 한 여름 묵고 한 겨울 잠자는데 사램이 일 년에 한 분 묵고 우찌 살기요. 검은 것도 흰 기라 카는 세상에 달을 해로 치믄 어떻고 열흘을 한 해로 친다 캐도 머가 그리 죄 되겄소. 일 년 열두 달도 다 사램이 맨든 기고 노래도 다 사램이 맨든 긴데 에누리 없이 사는 사람 있던가? 그래도 세상에는 거지 겉이 선한 백성은 없을 기구마. 가진 기라고는 바가지 한 짝, 하루 한두 끼믄 고만 아니오? 집도 없고 절도 없고 풀잎을 이불 삼아 발 닿는 곳이 내 집인데 무신 탐심이 있겄소. 세상에 호강하는 연놈 치고 도적질 안 하는 거 없이니께요. 안 그렇소 아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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