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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다 Nov 02. 2022

소설 토지와 끄적끄적 #5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부러움과 질투 사이

※ 이 글에는 소설 토지의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스포를 원치 않으면 패스해 주세요.


토지 2권 제2편 추적광 음모

10장 멀고 먼 황천길



간난 할멈이 죽었다.

윤씨 부인이 아씨이던 시절부터 윤씨 부인을 보필했던 몸종 간난 할멈.

바우 할아범과 간난 할멈 사이에는 자식이 없다. 선영 봉사가 가장 중요했던 그때 그 시절, 자식을 낳지 못한 부부의 멧상을 누가 들어줄까 그것은 갓난 할멈에게 큰 걱정거리였을 것이다. 간난 할멈은 아들이 둘 있는 먼 친척 되는 두만이네 둘째 아들, 영만에게 바우 할아범과 자신의 제사를 부탁한다. 처음에는 마뜩잖아했던 두만네는 제사를 지내주는 대가로 제위답을 윤씨부인에게 부탁해보겠노라 다짐을 해둔다. 그리하여 두만내외는 바우 할아범과 간난 할멈의 제위답으로 논 다섯 마지기를 받게 된다. (논 한 마지기는 200평 정도 되는 듯하다.)


만나기만 하면 싸우던 강청댁과 임이네는 오래간만에 심사가 통하여 한 마음으로 하소연을 쏟아낸다.


두 아낙은 마치 저희들의 몫을 가로채가기라도 한 것처럼 다 같이 억울한 심정인 모양이다. -토지 2권 86쪽


마을의 남자들 역시 두만아비 이평이를 부러워한다.


"거 참판님댁 마님이 후덕하시서 간난 할매는 죽어 호강한 셈이네."
"우리네들보다 낫다."
"이펭이는 논 다섯 마지기 생깄고."
"이 사람들아, 그런 말 말게. 어디 우리 논인가? 그분네들 제우답이지."
 마을에서 말 많은 것을 알았음인지 두만 아비는 얼굴을 찡그렸다.
"줌칫돈이나 쌈짓돈이나 그게 그거 아니가. 재수 대통이다."
토지 2권 95-96쪽


농민들이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논 다섯 마지기. 제위답이라고는 하지만 요샛말로 로또 맞은 이평이다. 그런데 이평이를 앞에 두고 말하는 마을 남자들의 대화와, 두만네가 없는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강청댁과 임이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그 수위가 남다르다. 


"..... 심성보다 말이 달아야. 그래야 남으 덕도 보는가 보더라."
"와 아니라, 사램이란 붙임성이 있고 약삭빨라야 하는가 배. 아 두만네가 오죽했건데? 숙모님 숙모님 하믄서 창지까지 빼묵이는 시늉을 했인께. 남 보기는 두만네 경우 바르고 후덕한 것 같지마는 속이사 우리네하고는 영 딴판이구마. 실속 채리는 데는 머 있다 카이."
"그 성님, 생각이 다 있어서 우리 숙모님 우리 숙모님 해쌓았는가 배."
 임이네는 당돌하게 두만네라 했으나 강청댁은 두만네 앞이 아니지만 성님이라고는 한다. - 토지 2권 87쪽


재물을 향한 집착이 드러나는 임이네의 말. 이 말은 분명 부러움을 넘어선 시기 질투에 가깝다. 

부러움과 질투의 차이는 뭘까?

질투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남이 가지고 있을 때 생기는 감정인가? 

나는 어떤 것을 부러워하고 누구에게 질투를 느껴보았나?


부럽다는 것은 사실에 초점이 있다면, 질투는 사실보다는 대상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닐까.

부러운 마음이 지나쳐서 미움으로 가면 그것은 질투가 된다. 부러움으로 시작한 강청댁과 임이네의 대화는 그 대상에 대한 미움이 덧 씌워지면서 일종의 모함에 가까운 썰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사전적 의미에서 부러움은 부러워하는 마음이고, 질투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가 가진 것에 대한 미움이라고 나와있다.


내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던 사람이 있다. 그를 향한 부정이 질투라는 것을 절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가 갖고 있는 어떤 부분이 내가 갖고 싶은 '그 무엇'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의식이 억누르고 있는 무의식이 원하는 그 무엇.... 내가 가진 옳고 그름의 잣대로는 그러면 안 되는 일이지만 무의식 저편에서는 나도 그것이 갖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 내가 너무 갖고 싶지만 밖으로 꺼내어 놓을 수 없는 것을 그가 가졌기에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나만의 모함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천천히 풀어보아야 할 숙제이다.



토지를 읽으며 나를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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