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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무기

(타노스 건틀렛)

by 보뚜

나이를 먹으면 연륜이라는 것이 생긴다. 혹자는 이것을 편견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편견이라기 보다는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智惠)에 가깝다. 물론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모두가 연륜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환경, 주변인, 사고방식, 경험, 성격 등에 따라 연륜보다 아집이 더 쌓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에서도 임원 정도의 서열이 되면 대부분 나이가 있는 분들이 많다. 물론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아 일찍 임원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예외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나이와 연륜을 무시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속해있는 직장에서도 나이가 있는 분들이 임원으로 있는 경우가 많다. 걔 중에는 연륜이 있는 척 포장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대부분 다혈질이고 성격이 급하며 자기 주장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자기 생각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남의 얘기를 잘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점도 그러하다.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조직에서 지배계층이 되는 경우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될 확률이 높다.


내가 알고 있는 지인의 직장에서도 이런 유형의 사람이 있다. 나이가 50대 중반인 그는 최고 경영자의 옆에서 수하노릇을 하며 일찍 임원 계층에 올랐다. 일반기업에서 회장과 같은 최고 경영자는 거의 황제 대접을 받는다. 그런 사람 옆에서 수하노릇을 30년 가까이 했으니 분명 대단한 사람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대단함을 일순간에 상쇄해버릴 취약점이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그의 인성이었다.


그 임원은 평소에 조금이라도 짜증이 나면 그 화풀이를 아래 직원들에게 한다. 한 예로 직원 한명이 자기 성질에 거슬리면 그 직원이 속해 있는 부서 전체를 자기 자리로 불러 종대로 세워놓은 다음 처음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직원을 몰아세우기 시작한다. 마치 군대에서 한명의 고문관 때문에 전체가 얼차려를 받는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처음에 욕먹던 직원은 동료 직원들에게 미안해서 그 임원에게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 신세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뿐만이 아니라, 그 임원은 방금 전까지 직원들에게 화를 내다가도 본인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그의 행동을 문제 삼으려고 들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 것처럼

“저 직원들이랑 친합니다. 지금 그냥 얘기하는 겁니다. 허허허허” 하면서 세상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한다. 이런 그의 행동에 직원들은 다들 어이가 없어 하면서도 그에게 더 심한 꼴을 당할까 두려워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억지 웃음을 지어낸다. 하지만 조물주는 사람을 그리 단순하게 만들지 않았다. 아무리 겉으로 아닌 척을 해도 속에서는 다 표가 나기 때문이다.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직원들은 점심을 먹고 난 후 하나같이 화장실로 달려가 꽥꽥 소리를 내며 헛구역질을 한다. 점심 때 나온 김치찌개가 잘못 된 것인지 이를 닦다가 목젖을 건드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속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난 지인에게 그 임원 얘기를 들으면서 여러가지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30년 가까이 최고 경영자를 모시면서 임원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 본인의 인성 때문에 직원들에게 별로라는 평을 받으니 말이다.



타노스.png https://pixabay.com/vectors/thanos-guante-comic-comics-4194122/


사람은 누구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멋진 외모가 또 어떤 사람은 성실함이, 또 어떤 사람은 명석한 두뇌가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것을 장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그러한 것들을 선한 영향력으로 행사하지 않고 악한 영향력으로 사용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장점이 아닌 단점이 될 것이다.


전 세계 핵보유국들이 그들이 가진 원자폭탄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기로 협약하고 각국 정상들이 모여서 서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자고 합심하려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같은 칼이라도 강도는 그것으로 사람들을 위협하여 피해를 주는데 사용하고, 요리사는 그것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사용하며 의사는 그것으로 아픈 사람들을 수술하여 생명을 연장시켜 주는 도구로 사용한다.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이다.


자신의 무기를 올바르게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은,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활용하여 선한 영향력으로 연결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의미와 같다.


당신의 무기는 제대로 쓰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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