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아니, 이제 시작이야!
끝을 알면 재미가 없는 게 인생이더라.
웹 소설가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매일 같이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썼다 지우기를 수천 번. 장작 8개월에 걸쳐 완결한 내 첫 작품은 글자수만 90만자가 넘는 로맨스 소설이었다.
'우와! 드디어 완성했다!'
웹 소설가가 되겠다는 사람들은 많지만 작품을 끝까지 완결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어느 웹 소설가의 말이 떠올라 첫 작품을 완결한 내 자신이 그렇게 대단해 보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분도 잠시, 인터넷 플래폼에 연재했던 내 소설의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출판사로 보냈던 투고 메일은 형식적인 멘트가 섞인 거절의 메일로 되돌아왔다.
"보내 주신 원고는 잘 읽어보았습니다만, 아쉽게도 저희와 방향이 맞지 않아......."
"작가님의 필력은 우수하나 이번에는 함께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스무 곳이 넘는 출판사에 투고를 했지만, 하나같이 되돌아오는 대답은 계약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뿐이었다. 밀려오는 실망감과 상실감에 어깨가 움츠려졌다.
'아....... 내가 이 세계를 너무 만만히 봤구나.'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름 수확이 있었다. 내 작품을 끝까지 읽고 피드백을 해준 몇몇 출판사들이 있었는데, 그러한 조언 덕분에 두 번째 작품을 쓸 때부터는 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펼쳐나갈 수 있게 됐다.
"문체가 주는 느낌이 웹 소설이라기 보다는 문학작품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로맨스 작품은 여성 독자층이 많아 남자 주인공 시점보다는 여자 주인공 시점으로 글을 전개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보내오는 시놉시스와 원고들로 넘쳐날 출판사에서 한낱 작가 지망생, 그것도 이제 막 첫 작품을 완결한 사람의 글을 꼼꼼하게 읽고 피드백 해준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계약여부를 떠나서 나에게 그러한 조언을 해줬다는 것만으로 나는 너무나 감사했다.
'그래!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지.'
정신을 가다듬고 바로 다음 작품에 돌입했다. 스토리 구상부터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 전체 시놉시스 정리까지....... 두 번째 작품은 첫 번째 작품보다 더 웹 소설다운 소설을 써보겠다고 굳게 다짐하면서.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작품을 써내려갈 때 즈음 또 다시 불안이 엄습해 왔다.
'지난번처럼 또 망하면 어떡하지?'
그러한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글쓰는 것이 너무 두려워졌다. 고민 끝에 플래폼에 연재를 시작했고, 그 후 독자들의 싸늘한 반응을 보고 완결도 못한 채 작품을 중단했다.
'과연 내가 웹 소설가가 될 수 있을까?'
첫 번째 작품 때보다 충격은 배가 되고 실망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글만 썼는데 그 결과는 정말 처참했다. 현타가 오자 웹 소설가가 되겠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예전 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머리를 쥐어 뜯으며 방구석에서 괴로워 하는 루저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와이프한테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생글생글 웃는 얼굴을 보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와이프는 그 때마다 웃으며 화이팅을 외쳤는데, 그런 와이프를 볼 때마다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혹시 내가 처음부터 웹 소설가가 될 자질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과연 내가 글쓰기 재능이 있긴 한 걸까?'
'더 늦기 전에 다시 직장을 알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 괴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 한 통의 카톡이 왔다. 그는 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이었는데 나와는 성향이 제법 잘 맞는 두 살 터울의 형님이었다.
"글은 잘 써지냐? 늦은 나이에도 꿈을 향해 가는 네 모습이 너무나 대단해 보인다. 언제 소주 한잔 하자!"
반가운 마음도 잠시 카톡을 읽는 내내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고작 1년 해보고 좌절이 웬 말이냐!'
마치 독기를 품은 사람처럼 세 번째 작품을 써내려갔다. 매일같이 6천자에 달하는 글을 썼고 용기를 내어 인터넷 플래폼에 연재를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놀라운 사건이 벌어졌다. 플래폼에 연재했던 내 소설의 조회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더니 선호작 수가 하루에 100명 가까이 늘어가는 것이 아닌가. 베스트 인기순위에 랭크된 것은 물론이고 독자들의 응원 댓글도 수십 건에 달했다. 그동안 그런 경험을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
'이게 꿈인가? 플래폼에 바이러스가 걸린 건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나에게 벌어지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 조회수와 선호작이 늘어가던 어느 날, 한 출판사에서 계약하자는 연락이 왔다. 드디어 세 번째 작품에서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된 것이다. 현재도 원고 작업 중이라 아직 출간은 되지 않았지만, 예정대로 진행이 된다면 내년초에는 나도 출간 작가가 된다!
'나도 내년엔 출간 작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그리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그 시간동안 매일 같이 글을 쓰며 생긴 글쓰기 근육 덕분에 지금도 작가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은 한낱 망생이 작가에 불과하지만,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도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물론 또 다시 비틀거리고 고뇌하며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런 날이 와도 내가 선택한 이 길을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을 생각이다.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길이라고 했다. 걱정만 하며 사는 것보다 기대와 희망을 갖고 사는 것이 훨씬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끝을 알 수 없어서 인생이 더 재미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