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었네요.

가만히 주위를 둘러 봐. 그곳에 행복이 있어.

by 보뚜

1년이 넘도록 집에서 글만 쓰다보니 가끔 사람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직장생활을 할 땐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그렇게 스트레스더니 막상 직장을 그만두니 이젠 또 사람이 그리워진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고 하는 말이 이래서 생긴 모양이다.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려고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검색하다보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뜬금없이 연락했다가 괜한 오해를 사는 건 아닐까?'


직장을 그만두기 전에 내 캐릭터는 이렇지가 않았던 것 같은데 시간이 갈수록 내가 점점 더 소심해져가는 것 같다.


'에휴....... 지금 뭐하는 거냐.......'


결국 지인들의 SNS를 보며 사람들의 근황을 엿보는 나는, 이제 이 시대의 진정한 은둔형 인간이 되어 버렸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6개월 이상 칩거하며 가족들 외에 다른 사람과 접촉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은둔형 인간이라고 한단다. 1년이 넘도록 가끔 담배를 사기 위해 들리는 편의점과 한 달에 한번 꼴로 방문하는 미용실을 제외하면 가족 외에 딱히 접촉하는 사람이 없긴 하니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나는 은둔형 인간이 거의 확실하다.


'내가 은둔형 인간이라니.......'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살면서 사람들과 떨어져 생활하는 내 모습이 흡사 TV에 나오는 자연인 같아 보인다.


'무릇 작가는 이런 삶에 익숙해져야 해.'


마치 스테디셀러나 베스트셀러 작가로 빙의한 것처럼 혼자서 말도 안되는 개똥철학에 빠져 글을 쓰다보면 어느 새 내 곁으로 다가온 와이프가 무심한 듯 말을 건넨다.


"답답하면 공원에 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와."

"응? 괜찮은데......."

"어떻게 방안에 틀어박혀서 하루 종일 글만 써? 보는 내가 다 답답하다."


마지못해 집에서 나와 공원 산책로를 걷다보면 집에서는 맡지 못했던 신선한 공기폐를 정화시키는 것만 같다.


'나오니까 좋네. ^^'


우리 동네 주변에는 안양천이 흐르고 있는데, 그 안양천을 따라 공원이 꽤나 잘 조성되어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즈음에는 가끔 노을이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인 광경을 볼 때가 있는데,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벅찰 정도다. 나와 와이프는 노을을 참 좋아해서 가끔 여행 계획을 짤 때에도 노을이 예쁜 지역을 1순위로 꼽을 때가 많다. 최근에 갔다온 전라도 부안도 그렇게 정해진 여행지 중 하나였다. 변산반도와 새만금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너무 예뻐서 노을이 진 이후에도 그 자리를 뜰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정작 집 근처에 멋진 노을 명소를 놔두고 전라도까지 가서 노을을 감상하긴 했지만....... ^^


직장을 다닐 때는 집에서 불과 10분만 걸으면 갈 수 있는 이 공원을 한번도 나와 본 적이 없었다. 당시 나에게 집이란 단지 퇴근을 해서 가야하는 곳, 샤워를 할 수 있는 곳,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곳 그리고 잠을 잘 수 있는 곳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이었다. 그러니 퇴근해서 집에 오면 가까운 공원에 가볼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퇴사하고 나니 집 근처 공원이 노을 명소라는 것도 알게 되고 가끔 와이프랑 손을 잡고 그 노을을 보며 산책도 하게 됐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왜 그땐 이런 것들을 지 못했을까?'


흔히들 행복은 가까운 곳에 있다고 한다. 누가 그 말을 처음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한 내 주변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있으니 말이다.


직장생활을 할 땐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언젠가는 행복의 끝자락에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신기루 같은 행복을 향해 의미없는 하루를 반복하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그러한 의미없는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진정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 정확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진정 원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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