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아주 특별한 사진전
— 비 온 뒤, 한 장의 빛을 건져 올리다
부산으로 내려와 엄마와 동생을 돌보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아침 시간은 어느새 내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시는 순간, 나는 천천히 가까운 교육회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시작된 사진반 수업이 어느덧 일 년을 채웠다.
사진은 특별한 장비 없이, 손에 익은 휴대폰으로 찍었다.
한 주는 이론을 배우고, 또 한 주는 야외로 나가 바람과 햇살을 담았다.
수업을 함께 듣는 분들은 대부분 60대, 70대의 어르신들이었다.
하지만 그분들은 젊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론 수업 때는 작은 단어 하나에도 귀를 기울였고, 야외 촬영을 나가면 카메라 화면을 서로 들여다보며 조심스레 의견을 건넸다.
그 모습이 참 좋았다.
나도 그 속에서 조용히 배우고, 또 위로받았다.
돌봄과 일상의 무게 속에서도, 사진을 찍는 시간은 나를 잠시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빛이 닿는 방향, 그림자의 길이, 작은 꽃잎의 떨림 같은 것들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잔잔해졌다.
그렇게 사계절을 지나며 많은 사진이 내 휴대폰 속에 고이 쌓였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라기보다, 나를 단단하게 지탱해 준 작은 기록들이었다.
숙제로 냈던 사진들 중에서 선생님이 직접 한 장씩 골라 출력해 주셨다. 아주 특별한 사진전을 위한 준비였다. 모니터로 보던 사진이 액자 안에 놓여 있으니 느낌이 달랐다. 빛이 더 부드럽고, 그림자가 더 깊었다.
모두의 사진이 저마다의 삶처럼 다양하고 아름다웠다.
누군가는 오래된 연꽃을, 누군가는 소나무를, 누군가는 물속 잉어를 담아왔다.
그 사진들은 우리 각자의 속도를 고요하게 말하고 있었다.
내 사진은 비가 온 뒤, 거미줄에 맺힌 물방울이었다.
그날은 비가 그친 직후였고,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조심스럽게 스며들던 순간이었다.
거미줄 위의 작은 물방울들이 마치 누군가의 마음처럼 조용히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다가, 아주 천천히 셔터를 눌렀다.
출력된 사진을 처음 본 순간, 마음이 은근하게 따뜻해졌다.
마치 내 삶의 한 조각이 빛을 머금고 부드럽게 반짝이는 것 같았다.
흔들리지만 떨어지지 않고, 무겁지만 아름답게 존재하는 물방울처럼,
나 역시 이 시간을 조용히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반의 일 년은 내게 숨을 고르는 시간이었다.
간병의 하루하루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아주 작은 틈,
그 틈에서 다시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해 준 시간.
이번 사진전은 누군가를 위한 화려한 무대가 아니었다.
그저 서로의 삶을 조용히 응원하는, 따뜻한 자리였다.
그리고 나는 내 사진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생각했다.
“잘 버티고 있구나.”
그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나는 아주 잔잔하게, 아주 천천히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