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이퍼 Jun 30. 2022

자동응답기

유독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주변에서 연락이 온다. 

그중 절반 이상은 달갑지 않은 연락들이다. 

쌓인 연락들을 보면 숨이 탁 막힌다. 


쉬는 날에 업무 이야기하는 사수 

머릿수 채우려고 술자리 초대하는 친구 

눈치 없이 껴있는 카드 대출 메시지 

 

영양가 없는 연락들을 볼 때마다

내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가장 쓸모없는 메시지에 

가장 많은 시간을 공들여 

메시지를 써야 한다는 게 어이없고 화가 난다. 


메시지 볼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냈다며 

하소연을 시작으로 답장을 하기 시작한다.  

듣기 싫은 이야기를 자기 전에 해치워야 다음날 기분이 덜 더럽다.  


이럴 때마다 핸드폰에 MBTI를 입력해두면 

성향에 맞게 답장이 가는 자동응답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불편함을 AI에게 전가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침에 일어나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확인하고 

혹시나 실수한 게 있다면 메시지 AI모드를 끄는 걸 깜빡했어요 

라고 핑계라도 대면되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 이대로 잃어버린 기억을 찾지 못하는 걸까요?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