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이퍼 Nov 25. 2022

기억의 알갱이

심해 공간

저녁 바다는 두려움과 희망을 동시에 맛보게 한다.

어디가 하늘이고 바다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어두운 밤

멍하니 바닷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들물에 떠밀려온 모래들이 발가락 사이를 지나갈 때

토해내지 못했던 모든 일들이 사이사이 머릿속으로 지나간다.

그 무수히 많은 일들이 한 번에 밀려들어올떄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에 몸을 맡기고 싶어 진다.


주변을 둘러봐도 아무것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그런 심해 바닷속으로

밀폐된 공간에 들어서야 비로소 홀가분히 포기할 수 있는 단계가 되어버리는

마음속의 심해 바다.


달빛이 물속에 빠질 때쯤, 불빛을 쫒는 나방처럼 그저 달빛을 향해 위로 올라왔다.

날물에 떠내려가는 모래 알갱이에 그동안 쌓았던 일들을 담아 다시 바닷속으로 보낸다.

그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처럼 익숙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시 토해내어

저 깊은 심해 바닷속으로 보냈다.


오늘도 제자리걸음 하는 달팽이 같지만  뒤돌아보면 느리지만 걸어온 흔적이 있으니

그 느림 속에서 뒤돌아 보며 지나온 흔적들을 보며

자책 속에 빠져 살지 않길.


별빛이 바다에 물들 때쯤 미쳐 버리지 못한 서러움을 바닷속으로 던져버린다.

바닷물로 씻겨진 발은 찝찝하고

한 달 다시 내딛을 때마다 새로운 알갱이들이 붙겠지만

지금 당장 씻어내서 그걸로 됐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난히 그런 날 있잖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