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클럽: 손모가지 걸고 글쓰는 클럽
때는 바야흐로 면세점 매출이 그야말로 고공행진하던 2010년. 행사 한 번에 들어가는 비용이 100억이 넘었는데도 대표이사까지 결재가 물 흐르듯 매끄럽고 빨랐던 때였다. M&A를 막 마무리하고 매달 최고 매출을 갱신하며 업계 독보적 1위를 달리던 때였다.
그 어떤때보다 분위기가 좋았는데, 그래서였을까 이런 일이 가능했던 때였다.
이어폰을 끼고 매일 한 시간정도 사적인 전화를 자리에 앉아 하던 그녀. 그것도 모니터 앞에 과자 봉지를 곱게 펼쳐두고 한 손으로는 과자를 집어 먹으며 한 손으로는 전화를 들고 통화를 했다. 신발을 벗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처음에는 당연히 업무 전화일거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긴 시간 그것도 자리에서 사적인 통화가 가능하리란 생각을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파티션 너머로 전화 내용이 들리는 건 상식적인 일이였다. 하루, 이틀 그 행동이 반복되자 긴장속에서 일하던 신입사원인 나도 알아차렸다. 아무리 매출이 좋다고 한들, 그 어떤 결재에도 반려가 없던 시절이였다 한들, 어떻게 그런 행동을 매일 같이 할 수 있는걸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수상한 행동에 대해 물었을때 돌아온 대답은 원래, 늘 그래 왔다는 거였다.
입사 준비를 하기 전에 몰랐던 사실인데 면세점 대졸공채는 계열사중 뽑는 인원이 적고, 연봉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워낙 뽑는 수가 적었기 때문에 고학력, 고스펙만 합격한다는 것이였다. 실제로 입사해서 본 선배들도 그랬다. 대부분이 SKY나 해외대 출신이거나 해외거주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아니였다. 학벌 피라미드에서 보자면 다른 선배들과 비교했을때 못미쳐도 한참을 못미쳤다. 이야기가 이렇게되자 그녀가 '낙하산' 이였다는 그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걸리지 않았다.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면세점은 다른 계열사의 전임 대표나 임원 자녀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이였다. 그들이 누군지 파악하는 것은 출신 학교만 알면 가능한 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