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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Jul 11. 2024

112. "엄마 나 집밥 먹고 싶어." 왜 맘이 아프지

직장맘 상담소(육아 편)

둘째가 저번주 토요일부터 고열에 시달리다가,

어제부터 입맛이 도나보다.

저녁 9시에 "엄마, 나 집밥 먹고 싶어"라고 얘기한다.

회사 끝나고 학부모 모임이 있어 다녀오던 길이라 지쳐 있었다.

6시 퇴근, 7시 30분 학부모미팅, 9시 되어서야 집에 왔다.


지칠 대지친 상태라, 매우 졸렸다.

눈이 스스륵 감기는 상황!

"어우, 둘째야 네가 먹고 싶은 집밥이 뭐야?"

"카레가 있고, 계란볶음밥, 계란밥 해줄 수 있어."

"삼겹살 궈줄까?"


늘 치킨, 짜장면, 닭강정, 칼국수 등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울 아들이 왜? 갑자기? 집밥이 먹고 싶은 걸까?

많이 아프긴 한가 보다.

집밥이 생각나다니.

이럴 때, 엄마들은 뭔가 미안함을 느낀다.

'아, 내가 음식을 너무 안 하긴 하지.'

할 수 있는 게 별로 생각나지도 않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음식까지 잘하면 좋을 텐데.


결국,

너구리에 삼겹살을 먹이고 나니,

갑자기, "엄마, 나 외할머니한테 전화해서 낼 간다고 할래."

"할머니가 해주신 밥 먹고 싶어. "


내 전화기를 갖고 가더니 할머니에게 전화를 한다.


"할머니, 할머니밥 먹고 싶어요."

"내일 갈게요."


아. 맘이 왜 아프지?

왜 맘이 좀 그렇지.

미안함을 넘어서 아픈 거 같다.

사랑스러운 녀석! 그래도 엄마 안 되는 거 아니까 차선책으로 할머니에게 간다고 하네.



오늘, 출근길에 울 엄마한테 전화가 온다.

"둘째 손주 뭐가 먹고 싶을까? 우리 딸  너무 힘들지? 아이 키우면서 회사 다니는 거." 

"사는 게 다 그런 거야. 엄마도 이제 늙으니까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 오늘 엄마가 너희 집에 가서 맛있는 거 해주면 좋은데, 엄마도 몸이 별로 안 좋아."

"엄마가 갈까?"

"아냐. 됐어. 해주기만 해. 뭘 와~"

"할아버지가 데리러 간다니까. 자기가 전철 타고 온다는데. 괜찮을까?"

우리 집에서 외할머니댁은 전철로 3 정거장이며 전철에서 가깝다.

혼자서도 전철 타고 할머니집을 두 번 다녀온 이후로는 웬만하면 요새는 혼자 가려고 한다.


녀석, 대단한 건 맞지만,

엄마랑 나는 심히 걱정된다.


또래보다 작은 아이가 복잡한 전철을 굳이 혼자 타고 가려고 하니까 말이다.

할아버지가 오신다고 하는데도.

혼자 가는 것이 뿌듯한 모양이다.


'아들아, 어찌 되었던 오늘 할머니밥 맛 나게 먹고 오렴.'

엄마는 널 믿는다.

하지만 걱정되는 마음이 더 크다.


이따 전철역으로 데리러 간다고 톡 남겨두었다.


얼마나 맛있게 먹고 올지 상상을 해본다.

엄마에게 사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사랑한다. 아들아!


(에필로그)

엄마에게 전화 오고 난 후 첫째 아들에게 전화 온다.

띠리 리리 ~~

"엄마, 나 아파. 열이 38.5도야."

헐. 둘째 감기가 첫째에게 옮겨갔나 보다.


아프지 말자. 아들들아!


등갈비김치찜과 계란말이 모두에게 극찬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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