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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Aug 27. 2024

3.가족스페인 여행 로컬Vuel항공의 만행 돈을 뜯기다

직장맘 상담소(가족 편)

3토요일(9일 차)


신랑은 여행 가방을 화물함에 싣는 것을 싫어한다.

가방이 망가진다는 이유에서다.

50만 원에 구입한 28인치 TUMI 여행가방을 신줏단지 모시듯 꼭 감싸  다닌다.

40인치 큰 가방은 어쩔 수 없지만, 28인치 이하 가방들은 언제나 기내로 들고 간다.

나는 짐이 많은 것을 싫어하므로 모든 수하물로 부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날도 체크인을 하는데, 아무리 바도 직원이 신입의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뭔가 느낌 쒜했다.

근데 느낌만 그럴 뿐.

그녀가 신입이라 업무처리가 미숙할 거라는 증거가 없었다.

수하물 처리를 하자고 우길만한 명분이 없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마요르카로 넘어올 때 분명히 Vueling항공사 직원은 수하물 처리를 해야 한다고 했고, 우리는 모두 짐을 부치고 손을 가볍게 마요르카로 넘어왔는데,

마요르카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려니 수하물을 기내에 들고 들어가도 괜찮단다.

신랑은 여러 차례 확인을 했다.

2명의 직원이 OK를 날렸다.

우리의 수하물을 overhead lockers에 넣어서 확인했으니 당연히 OK이지.

거기다 넣어보라 했다.

하나는 신랑이, 하나는 내가 항공기 타기 전까지 열심히 끌고 다녔다.


보딩 시간이 되었다.

수하물 2개를 끌고 티켓 QR코드를 스캔한다.

스페인 항공사 직원이 갑자기 Underseat Bag이라고 쓰인 함에 캐리어를 넣어보란다.

뭐 별거 있겠어. 하고 넣었더니 안 들어간다.

당연하다.

우리가 체크인할 때는 overhead lockers에 넣었으니까 쏙쏙 잘 들어갔으나 이번건은 Underseat Bag이다.


갑자기 단호하게 직원은 말한다.

"한 캐리어당 60유로를 내세요."

돈은 아깝지만 실랑이하기 싫어서 그냥 알겠다고 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신랑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렇게 화를 낸걸 처음 본다. 근래에.

화를 잘 안내는 사람은 아니나, 조목조목 따져서 설명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번건은 그 직원이 귓등으로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니 신랑은 화가 났다.


나는 직원에게 얘기한다.

"들어오기 전에 너희 직원이 된다고 해서 갖고 왔다."

"여기 수하물 기내 반입 가능 스티커도 붙어있지 않느냐?"

"너희들이 허락한 거다. "


"알고 있단다."

그렇지만 돈은 내란다.

어휴~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비행기 시간이 4시간도 안 남은 상황이라 신랑은 포기하고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나는 그런 그를 토닥였다.

물론, 한마디 하면서

"그러니까 보내자니까. 무겁게 들고 다녀." 

근데, 지금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람.

나는 또 한마디 하였다.

"우리가 마요르카 호텔 가자마자 직원 실수로 30유로짜리 햄버거를 2개나 무료로 얻어먹었잖아. 퉁치자."

"자기야 세상에 공짜는 없어."


vueling 항공, 너 진짜! 흥칫뿡


승구에서 직원 1명이 기다린다.

우리 캐리어를 갖고 가려고~

는 신랑이 애지중지하는 캐리어를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결국 120유로는 낼 필요가 없는 돈이었으나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지불하였다. 20만 원의 거금을!


비행기에 탑승하니, 신랑은 분을 삯이면서 말한다.

"내가 인천공항까지 가는 일정이 아니었으면 계속 버텼을 거야."

"우리 안 타면 비행기 못 떠." 

"항공법상 출발 못해."


그러면 무엇하리. 이미 돈은 지불했고 우리는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걸.


나도 쓰라린 마음을 쓰다듬으며 음악 ON을 눌렀다.

잠이나 자자.

그러면서 미련이 남아 항공권 앞뒤를 열심히 살펴보니, 명확하게 쓰여 있다.

어이쿠 놓쳤다.

제대로 중요 정보를 놓쳤다.

실소가 나온다.


(티켓 앞) 떡하니 쓰여있다. underseat bag
(티켓 뒤)


뒤편을 자세히 좀 읽어볼걸.

우리나라처럼 말이 통하는 곳이 아닌 무례 그 자체인 나라인데 내가 나를 챙겨야 하는 나라인데, 막판에 방심했다.


소매치기 안 당하려고 사주경계 모드였던 나의 상황은 최종 한건의 사건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도 소매치기당한 것보다는 낫다.

이런 에피소드 하나는 있어야 여행이지.

아무 일 없으면 재미없지.


좋다.

그냥 좋다.


여행의 묘미라고 포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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