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려면..
우연히 한 질문을 만났다.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막연하게 또는 맹목적으로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애쓰며 살았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기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찾아보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애쓰기도 했고 누군가를 위해 봉사를 하기도 했다. 이런 행위들을 통해 행복을 느꼈고 앞으로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나아갈 방향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행복을 느끼는 행위들.. 지금도 충분히 누리고 있지 않나? 그럼 나는 현재 행복한가? 행복하다면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무엇이 부족한 건가? 100% 온전히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는 건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여행을 떠날 수 있고, 누군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여건도 충분하다. 그럼 내가 필요한 건 무엇일까? 지금 필요한 건 돈이다. 정확히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이다. 나는 과연 돈이 충족되면 궁극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수많은 책과 강연, 그리고 이미 부자가 된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게 있다.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다."
이게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져 묻고 싶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내가 아닌 타인의 생각일 뿐이니까. 난 그저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의 생각을 해부하고 싶다. 나는 돈이 지금보다 많으면 행복할까?
답을 찾기 위해 내가 살아오면서 행복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 볼까 한다. 가장 최근에 행복을 느꼈던 건 오늘 새벽이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2주째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에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심장이 터질 듯 뛰고 근육이 찢어질 듯한 상황에서 쾌락에 가까운 행복을 느꼈다. 헬스장을 나오면서 유난히 선선해진 가을 냄새를 맡으면 나 자신이 얼마나 대견하고 뿌듯한지 모른다. 참 기분이 좋았다.
조금 더 큰 행복은 지난 토요일 저녁이었다. 제철 새우를 양껏 구워서 입안 가득 채웠다. 사랑하는 아내와 무한 도전을 보면서 웃음이 빵빵 터졌다. 최근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다. 그보다 좀 더 큰 행복을 느꼈던 건 결혼식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고 많은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렸다. 몇 번이나 울컥했는지 모른다. 아마 다시는 느끼기 힘든 행복이지 않을까?
그리고 또 다른 행복도 있다. 7년 전, 자전거와 텐트를 들고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한 달 반 가까이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캠핑을 했다. 구글 맵 하나에 의존해서 유럽 대륙을 누볐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두 눈에 담았고 친절하고 따뜻한 현지인들과 추억도 쌓았다. 힘들었지만 정말 큰 행복으로 기억에 남았다.
이외에도 무수히 많지만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나 정말 돈을 더 많이 벌면 행복할까?" 내가 경험한 행복에서 돈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없다. 돈 때문에 행복해 본 적이 없다. 그럼 왜 돈을 원할까? 어렸을 때 가지지 못했던 결핍 때문일 수도 있다. 또는 돈이 많으면 맛있는 음식을 더 맛있는 음식으로 먹을 수 있고, 여행을 더 호화롭거나 더 장기 여행으로 떠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돈이 많다면 내가 원하는 행복을 좀 더 증폭시킬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진정 원하는 행복을 누릴 때에나 시너지가 생긴다. 예를 들어, 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행복이란 이거지!' 라며 2천 원짜리 소주 대신 2천만 원짜리 샴페인을 선물한다면 그 사람은 행복을 느낄까?
나는 나의 경험에서 행복을 찾았다. 사소할 수도 있지만 그런 순간 덕분에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렇다면 경험적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행위만 평생 하면 더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이 문제도 정리하면 길어질 것 같아 직감적으로 판단하자면 그렇게 산다고 더 큰 행복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 김치볶음밥의 김치보다 라면에 얹어 먹는 김치가 더 맛있고, 2차로 마시는 맥주보다 운동 후에 마시는 맥주가 더 맛있듯이 말이다. 이미 누리고 있고 흔할 때 맛보는 행복보다 간절하고 안달 났을 때 느끼는 행복이 더 클 것 같다.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이 갈구하는 '나'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찾는 게 우선 아닐까? 술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이천만 원짜리 술은 그저 비싼 알코올이고, 자전거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이천만 원짜리 자전거는 그저 비싼 탈것 일 뿐이니까. 남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아니라 내면에서 원하는 행복을 찾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