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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May 17. 2023

05 결과를 기다리며

정신없는 3주차. 다시 사회로

 가정은 공기의 흐름이 많이 바뀐 듯 했다. 그 이전주의 주말시간과는 다른 조금은 여유로운 주말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있어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를 기다리고 보낸 3주차의 시간들은 참 정신이 없었다.


 <3주차>

  3주차가 시작되고, 출산휴가가 끝이 났기에, 출근해야 했다. 회사의 배려로 당분간은 아이들 등하원을 시킬 수 있게 되었다. 아내가 100일도 안된 말그대로 갓난아이를 데리고, 아무리 같은 어린이집이라 하지만 두 아이를 등원시킨다는게 무리였다. 게다가 당시 막 3살된 딸은, 안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주가 지나고 첫 월요일. 아이 둘을 등원시키고 나서, 출근 버스를 탔다. 굉장히 낯설었다. 어떻게 또 직장동료들의 얼굴을 봐야할까.. 걱정이 앞섰다. 이미 아이가 다운증후군 판정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아이의 상태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출근해보니, 자리에 쌓인 여러가지 종이들이 2주간의 공백기를 말해준듯 했다. 첫날 오전시간은 여러가지 밀린 업무를 하느라 온통 집중했다. 아니, 그렇게 해야 했다. 그래야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되지 않았고, 나의 표정을 조금이나마 보여주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이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는 대리님에게 향후 과정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기도 했다. 지금은 그저 판정을 기다리는 상황일뿐, 더이상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패잔병의 모습인지, 아니면 죄수의 모습인지.. 내 표정은 항상 상기되어 있었고, 사내에서 하는 흔한 농담도 전혀 즐겁지 않았다.


 퇴근해서는 저녁마다 있는 교회 기도회를 찾았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나자마자 그날 부터 기도회를 시작해주셨다. 여러기도제목을 놓고 기도하는 가운데, 아이를 위해 가장 먼저 집중해서 해주셨다. 그 곳에서 나의 기도는 한결 같았다. 울부짖었다, "살려주세요." "정상판정 주세요"


 3주의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에게 괜찮을 거라며 다독였고, 불현듯 올라오는 감정들을 가까스로 억누르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러가지 정보를 알아보았다.

 당시 집에서는 목사님께서 권면해주신 것이 있어, 계속 말씀 영상을 집에 틀어놓고 듣고 또 들었다. 계속해서 다운되는 집안의 공기를 회복시켜야 하고, 반전시켜야 한다는 뜻이였다. 하지만, 그 영상이 내겐 부적이 되고 말았었다.


 '이 부적(영상)을 보면, 정상된다!' 내 안에서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렇게 난 판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근해선 아무런 말도 웃음기 없이, 그나마도 배려해주셔서 조금 늦게 출근과 빠른 퇴근을 했고, 저녁마다 교회로 가서 기도하고, 집에서는 부적같은 영상을 틀어놓고, 그렇게 매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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