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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May 16. 2023

04-1 엄마가 있어야 한다.

# 엄마라는 힘.

 '아내가 출산하면, 내가 아이들에게 보란듯이 맛있는 음식들로 채워주리라!'  라는 허황된 계획을 했었다.


 평소에도 제대로 하지도 못하는데, 제 정신도 아닌데 어찌 아이들 밥을 제대로 챙겨줄 수 있었을까...

 2주간 아이들과의 식사는 일품요리였다. 말이 일품이지, 그냥 메인반찬 하나였다. 대부분 스팸이나 햄을 볶아댔고, 그나마 조금더 신경써볼까 했던 요리는 햄에 계란을 입혔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여력이 안되면, 아내가 준비한 카레를 데우거나, 배달이었다. 


 <금요일>

 아내와 아이가 집으로 들어섰다. 목요일까지 어떻게든 몸을 움직인 덕분에 비교적(?) 깨끗이 정리된 집에 들어왔다. 아내도 조리원 생활이 여러모로 고되었는지 집에 들어오니 마음이 편하다 했다. 


 아내와 아이가 집에 돌아오고 나서, 세번의 심방이 있었다. 모두들 라진이와 아내를 안아주었다. 아내는 그 때마다 눈물을 훔쳤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엄마라는 이유로, 두 딸들과 떨어져야 하고, 또 모든 것들을 받아드려야 하는 현실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이 이와 같을까 싶다.


 두 아이가 하원하고 나서,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에게 안긴다. 아내는 두 아이 앞에선 그 아픔조차 내색하지 않았다. 엄마를 보고나선 두 아이는 막내에게 다가갔다. 첫째는 이미 경험이 있었기에, 멀리서 조심히 바라보는 수준이었지만, 둘째는 틈만 나면 손이 먼저 갔다.


 두 아이의 표정이 달라졌다. 온통 잿빛이던 집이 각종 색으로 채워지는 듯 했다. 일품요리로 인해 여백의 미가 느껴지던 식탁은, 아내의 솜씨발휘로 가득채워졌다. 아이들에겐 행복한 선택이 시작되었다. 아무리 맛있어도 햄 하나 뿐이라, 갈 곳 잃은 젓가락질은, 어딜 먼저 가야 하나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듯 했다.


 온기.


 그랬다. 온기가 느껴졌다. 

 분명 따뜻한 5월의 시간이었는데, 그리 차가웠던 집안이 따뜻한 온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공기가 바꼈다. 너무나 공허한 그 곳이 많은 것들로 채워지는 듯 했다.


 내 표정은 잠깐 풀어졌을 뿐... 막상 아이가 들어오니 내 관찰은 더 면밀히 시작되었고, 눈물도 여전했다. 다만 집에서 감출수 있었을 뿐... 여전히 부르짖었다. 아이를 안기가 힘들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관찰이 대부분이었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일 때면, 굉장히 거북하게 느껴졌다. 아이를 향해 웃어봤지만, 누가봐도 어색했다. 어쩔 수 없이 웃고 있는 내 모습. 굉장히 부자연스러운 웃음.


 아이만 세번째 안아보는 거지만, 전혀 다른 움직임과 표정이었다. 내 안의 진심이 어떠한가.. 내가 잘 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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