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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 애 Jun 14. 2023

17 엄마의 위대함 (2)

외로움

 막내 아이와 아내가 조리원에 있을 때의 일이다.


 다운증후군 검사를 받고 3주간의 결과를 기다리는 가운데, 앞서 얘기한 것 처럼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때였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눈조차도 마주치기 어렵고, 매일을 눈물로 보냈었다. 

 아주 잠시... 기력을 회복하고, 정신이 돌아왔던 어느날 어느 아침.


 당시 같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던 두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 근처에 있던 조리원에 다녀오고 나서 점심 때 즈음,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정신이 돌아왔긴 했으나 여전히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였기에, 식탁에 앉아 있었다. 조용한 집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1층이었기에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암막 시트지로 거실 창문을 가려둔 상태였기에, 밖에서 들어오는 빛이라곤 반대쪽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어스름한 한줄기의 빛 뿐이었다. 형광등은 거실만 켜두었기에 거실외에 모든 방이며, 부엌은 어두웠다. 한낮, 주택가는 조용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도 그랬겠지만, 외로움을 넘어 우울감으로 다가왔다. 


 다음날 조리원에 가서 아내에게 말했다.

 "왜 어머님들이 아침에 막장드라마를 보는지 그 이유를 알겠어. 조용한 집에 있으니 먹먹함에 감정이 더 내려가기만 하더라고. 막장 드라마는 감정의 폭이 크니 그 먹먹함을 마구마구 흔들게 되는 것 같애. 차라리 우울감보다 그 조용함속에서 오는 외로움보다 그게 더 나은 감정이라 그런가봐."


 그리고 아내에게 어떻게 그 시간들을 보냈는지 물었다. 아내는 첫째 아이를 낳고 나서 다시 회사로 복직해 사회생활을 하다가 둘째를 임신했고, 셋째와의 텀이 적었기에 거의 연달아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 오랜시간 느꼈을 그 공백의 마음을 어떻게 견뎠는지 물었다.


 "그래서 나는, 보통 아침에 세탁기에 빨래 부터 시작해놔. 그리고 애들 등원시키고 한바퀴 돌고 집에 오면 빨래가 되어 있고, 그 빨래를 널고 간단히 집안을 하고, 쉬고 하다보면 애들 하원시간이 되서, 하원하고 시간을 보내지. 몸이 고되야 그런 감정으로 들어서지 않더라고"


 아내는 나와 같이 극 I형이라 그런지,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는 걸 즐겨하진 않았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기에 이런 방법을 통해 우울감으로 올 수 있는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었다.


 어머니들이 극단의 감정선을 보여주는 막장드라마나,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의 정보를 주는 교양 프로그램들을 보는 이유가 어떤 이유인지 조금이나마 공감하기 시작했다. 모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났다.


 "엄마 나이가 되니 왜 엄마가 저녁마다 드라마를 보는지 알겠어. 엄마도 참 외로웠구나.."


 생각보니 자취할 때, 나 역시도 집에 들어서자마자 티비부터 틀었다. 작은 원룸 공간이었지만, 곳곳마다 외롭고 조용한 그 공간을 소리로나마 채우고 있었다. 티비를 틀어놓고서 핸드폰을 하고 컴퓨터를 했다. 보지도 않았지만, 소리로 채우고 있었다.


 엄마들은 참 외롭다. 그러나 그 외로움마저 자신이 평생 가져가야할 숙명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있다. 그렇다고 당신의 숙명이니 받아드려야 한다라고 해서도 안됨은 분명하다. 아내의 빈자리를 잠깐이나마 대신하며, 엄마의 또 다른 위대함을 느껴본다. 외롭고 우울함마저 이겨내는 그 위대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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