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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의 지혜 Feb 11. 2022

고등학생을 위한 슬럼프 극복&마인드 컨트롤법

공부가 하기 싫어 미칠 것 같을 때

  고2를 올라가며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내가 했던 생각은 나는 '목표까지 돌아서 갈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터디플래너를 통해 최대한 효과적인 계획을 세워 전략적으로 공부하려 노력했고, 절대 오랜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했다. 나보다 앞서있는 친구들이 슬럼프를 겪으며 공부를 쉬어갈 때 나는 부지런히 공부해야 그만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보다 더 일찍부터 열심히 공부한 친구들보다 더 잘하고 싶다면 그런 비장한 태도로 공부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큰 슬럼프 없이 공부를 지속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웹툰 '미생'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귀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게 되면
승부 따윈 상과없는 지경에 이르지.

지금도 명언이라고 생각하는 대사이다. 수능 공부뿐만 아니라 대학, 대학원생활, 임용수험생활, 교직생활을 하며 나의 모든 능률의 밑바탕은 체력이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체력이 무너지지 않아야 정신적으로 본인이 끝까지 밀어부칠 수 있다. 요즘 고등학생들의 스케줄이 워낙 빡빡하고 마음이 조급하다보니 담임반 애들을 상담하면 5시간도 안 자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러니 내가 운동 좀 하라그러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운동도 공부를 위한 투자이다. 학원에 가는 시간이다 생각하고 시간을 들여야한다. 


  우선 본인이 얼마나 잠을 자야 가장 좋은 컨디션인지 확인해야한다. 내가 밤잠을 몇 시간을 자야 가장 능률이 오르는지 5,6,7시간을 자보며 스스로의 컨디션을 시험해보니 나는 6시간은 꼭 자야만 하루종일 공부에 집중이 가능했다. 그러고도 피곤한 날에는 낮잠 20분을 푹 자면 더욱 거뜬했다. 그래서 아예 허브향이 나는 좋은 베개까지 사서 점심 급식을 먹은 후 책상에 엎드려 푹 잤다. 대신 남들보다 더 오래 자고 낮잠도 자니 그 시간 외 수업이나 자습 시간에 절대 졸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석식을 먹고 30분 정도를 운동장을 빠르게 걸으려고 했다. 그때 마음맞는 친구와 함께 운동장을 걸으며 하루동안 느꼈던 여러 스트레스에 대해 폭풍 수다를 떤다. 그러면 몸도 운동되고 마음도 가벼워진다. 운동하고 자습실에 돌아오면 석식을 다 먹은 친구들이 이미 공부를 시작해 분위기가 잡혀있다. 석식 먹자마자 앉아도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배는 더부룩하고 어차피 집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운동하고 자리에 돌아오면 이미 잡힌 분위기에 부랴부랴 내 공부를 시작하게 돼서 효율적이었다. 


  그 외에도 가능하면 쉬는 시간에 매점을 갈 때나 이동할 때 계단으로 걸어다니려고 노력했다. 워낙 하루종일 앉아있다보니 허리도 아프고 운동량도 적은데 생활 속에서 조금이라도 기회 있을 때마다 걷는 것이 꽤 큰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고3 때는 특히 먹는 것으로 스스로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생겨서 계속 먹게 되는데 나의 경우 계속 먹으면 몸도 무거워지고 살찌는 스트레스도 따라와서 오히려 간식을 적당히 먹고 체중을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물론 교복단추를 옮겨달 정도로 몇 키로는 쪘지만 나름대로 하루종일 먹고 싶은 욕구는 참아가며 적당히 먹으려했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내가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멘탈을 잘 유지하는 데에는 신앙생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기독교인데 고3 때 같은 반에 교회다니는 친구들 네 명과 모여 일주일에 한 번씩 점심 시간에 모여 같이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정서적으로 굉장히 힘이 되었다. 


  또한 나는 매일 잠들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책인 고 장영희 교수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두 세장 읽고 잤다.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글을 읽고 자면 오늘의 여러 생각과 감정이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다음날을 괜찮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짧은 독서가 스트레스 해소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최근에 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한 번씩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고 하루는 그냥 푹 쉬고 싶은 생각이 드는 날이 있었다. 그러나 늦게 공부를 시작한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끙끙 앓을 정도로 아프지 않은 이상 공부하기 싫어서 하루를 날리는 일은 스스로 허용되지 않았다. 하루 공부를 쉬었다가 다음날에도 공부하기 싫은 기분이 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감정이 들어도 울면서라도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공부하기 싫은 기분이 나를 뒤흔드는 날 나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명언을 큰 소리로 읽기'였다. 인터넷에 '공부 관련 명언'이라고 검색해서 아무 문장들이나 한 백개를 복사 및 붙여넣기 해 인쇄했다. 그리고 방으로 가지고 와서 큰 소리로 차례 차례 읽었다. 그러면 그 문장 중 하나는 마음에 딱 와닿았다. 예를 들면 '사람으로 태어나 단 한 번도 자신의 있는 능력 그대로 우뚝 서보지 못하고 죽는 자의 삶은 비극이다'는 문장이 와닿으면 그것을 크게 적어 책상 앞에 붙여놓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진짜 어떻게든 공부를 해보려고 몸부림을 쳤던 것 같다. 


  그 외에 효과를 봤던 방법은 방학을 시작할 때 친구들과 스터디플래너 지키기 내기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방학 때는 옆에 공부하는 친구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애들도 놀고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자기 관리가 느슨해지기 쉽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 친구들과 스터디 플래너를 80%이상 지켰는지 인증하기로 하고, 지키지 못한 사람은 만 원씩 내서 방학이 끝나면 벌금으로 맛있는 것을 먹기로 한다. 첫 주에는 몇 명이 못 지키고 벌금을 낼 수도 있다. 그런데 지킨 친구들의 계획표를 보면 '아, 나만 이번주에 놀았구나' 충격을 받게 된다. 나의 경우 이 방법으로 모임의 친구들이 2주차부터 전부다 계획을 지켰고, 방학 이후 전원 다 모의고사 성적이 오르는 효과를 보았다. 내 학생들에게도 자주 추천하는 방법이다. 


  그 외에 나는 일 년에 한 번씩 내가 가고 싶은 대학 캠퍼스에 찾아가 걸어보고 그곳의 선배들을 인터뷰해보는 것도 슬럼프 없이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들께 부탁해서 응원의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힘들 때마다 그것들을 보며 다시 마음 다잡는 시간도 보냈다. 내가 꿈꾸는 스무살 혹은 이십대의 구체적인 모습을 적어놓고 몇 년 후 이 모습의 내가 되기 위해 일단 오늘은 공부하자며 마음을 다독이기도 했다. 먹는 것으로는 기운이 떨어질 때 포카리스웨트 작은 페트병이나 포도주스를 들이켜 마시고 다시 공부했다.(효과가 있다고 방송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과학적 근거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학생들도 기분상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후기를 전한다.) 고3 때는 약국에서 파는 10만원 짜리 수험생용 영양제도 먹으며 버텼는데 괜히 기분상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나는 고3 내 학생들에게는 몸에 좋다는 건 뭐든 먹으라고 하는 편이다. 특히 여름에 쓰러지는 아이들도 있어서 버티기만 하지말고 영양수액이라도 맞고 오게 한다. 


  대학원에서 '공부법, 동기부여'를 연구하는 교수님 밑에서 조교를 하며 공부법에 관련된 논문들과 자료들을 꽤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 역시 교사임용수험생이었기 때문에 여러 방법들을 스스로 적용해보았는데 효과를 크게 보아 내 학생들에게도 알려주는 방법들도 있다. 일단 'stop(멈춰)'법이다. 공부를 하다가 잡생각이 들 때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혹은 마음의 소리로) 'stop(멈춰)'라고 말을 내뱉는다. 그러면 실제로 잡생각이 멈추는 효과가 있다. 또한 공부를 시작할 때 아예 책상 구석에 잡생각을 적을 포스트잇을 하나 둔다. 그리고 공부하다가 '아 맞다, 나 앞머리 잘라야하는데'와 같은 잡생각이 들 때 공부 흐름이 끊기지 않게 빨리 포스트잇에 '앞머리'만 적어두고 다시 공부에 몰입한다. 그리고 50분 공부를 마친 후 쉬는 시간 10분동안 포스트잇에 적어둔 잡생각들을 정리해서 처리한다. 잡생각이 많은 내게 큰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이 외에도 그만 공부하고 싶을 때 '10분만'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딱 '10분만 더하자'고 설득하고 공부하다보면 어느새 10분 이상 몰입해서 공부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끝으로 정말 많은 학생들이 핸드폰 문제로 내게 상담을 온다. 나는 절대 핸드폰을 옆에 두고 공부를 할 수 없다는 주의의 사람이다. 심지어 교사임용공부를 할 때도 내가 공부하는 도서관에서 제일 먼 사물함에 핸드폰을 가둬두고 공부했다. 절대 자신을 믿지 말고 핸드폰을 격리시켜놓고 공부하기를 권한다. 


  고등학생 때 한 친구가 내게 편지에 '자기연민은 가장 큰 적이다'라는 문구를 적어주었다. 공부를 하다보면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나는 역시 안 돼'하는 좌절감이 제일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그런 생각이 스스로를 잡아먹지 않도록 긍정적인 메시지를 스스로에게 자주 노출시켜야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정한다는 마음으로. 되게 비장하게 경험을 담은 조언이라고 글을 썼지만 고3의 내 스터디플래너 겸 일기장을 보면 자주 그날의 계획을 다 지키지 못해 좌절하고, 공부하기 싫어 미칠 것 같아 울면서 독서실을 간 날도 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끊임없는 자기의심과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 가운데서 매일같이 줄다리기를 했다. 그 치열한 나와의 싸움이 그 이후 나 자신에 대한 신뢰를 만들었다. 고3 때 한 번은 '공신' 멘토에게 '이제부터 열심히 한다고 뭘 할 수 있을까요?'라고 상담글을 보냈는데 이렇게 답장이 왔다. '지금부터라도 안 하면 뭐 어쩔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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