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며 살기 위해 국어를 가르치고 배웁니다
현재 전임으로 있는 사립학교의 최종면접 때 이사장님께서 물으셨다.
"왜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나는 대답했다.
"소통하며 살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법을 배우는 이유, 문학과 문법을 배우는 이유 모두 잘 소통하며 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국어를 잘 배워야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스스로와 소통하며 지낼 수 있습니다. 국어를 잘 알아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타인과 행복하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국어를 잘 익혀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온 세상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것이 무척 반갑고 즐거웠다. 내 삶의 경험은 한정적이지만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내 세상보다 훨씬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 처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도, 누군가를 가르치게 되었을 때도, 누군가를 낳고 기르게 되었을 때도 이 모든 첫 경험으로 당황해하는 나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도와준 것은 다름 아닌 책이었다. 그러나 책도 읽는다고 그냥 읽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책들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읽는 법을 공부하고 노력해야 했다. 책에 담겨있는 지혜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에서 문학과 독서를 배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편이지만 모든 친구들에게 나의 모든 이야기를 하며 살 수는 없었다. 그런 나에게 내 속의 이야기를 마음껏 편안하게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은 글쓰기였다. 처음에는 나만을 위한 일기 쓰기로 시작되었지만 나의 생각과 마음을 타인에게 글로 잘 전달하는 것이 필요한 때가 점점 늘어났다. 편지 쓰기, 논술 쓰기, 자기소개서 쓰기, 설명문 쓰기, 보고서 쓰기, 논문 쓰기, 에세이 쓰기 등등.
뿐만인가. 대학에 갔더니 모든 과제는 글쓰기로 시작해 발표로 끝났다. 대학생 때부터 지원하는 여러 프로젝트들의 면접은 결국 말하기로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고 증명해내야 했다. '그냥 나는 나인데요'라고 나의 존재를 들이대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말이라는 그릇 안에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잘 담아낼 수 있는지 공부하고 연습해야 했다. 이제는 교사가 되어 매일 나의 지식과 정서를 대부분 말로 표현하고 산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든 적게 하는 직업이든 말을 자기답게 잘하는 것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우리는 이를 위해 학교에서 화법과 작문을 공부한다.
4차 산업화 시대에 인공지능과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고 한다. 우리는 기계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에게는 성찰하는 힘, 창조하는 힘, 영감을 주는 힘이 있다. 공대에서도 의대에서도 인문학 수업이 인기다.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살아갈 때도 우리의 인간다움과 자기다움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국어를 공부한다.
나는 국어 교사로서 왜 고등학생들에게 국어 과목을 이토록 열심히 가르치는가. 국어가 당장 대학입시의 주요 과목이기에 수능을 잘 보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고등학생 때 배운 국어의 힘으로 세상에서 잘 소통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요즘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많이 주눅 들고 왜곡되어있다. 미디어와 사회에서 뛰어나게 예쁘고 유능하고 돈 많은 사람만이 가치 있는 삶을 사는 듯한 메시지를 끊임없이 노출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각 사람의 삶은 저마다 자기 다운 아름다움과 가치가 있다고 굳게 믿는다. 내 학생들이 올바로 국어를 배워 자기 자신의 보배로움을 지켜나가며 스스로와 평안히 소통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이를 통해 자신을 소중히 여기듯 남도 소중히 여기며 타인과 소통하는 기쁨을 누리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아가 그런 소통할 줄 아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소통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수능 대비 국어 공부법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들을 '옥돌샘의 수능 국어 공부 꿀팁'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려고 한다. 사실 실제 삶에서의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지혜가 아닌, 수능 국어를 잘 치르는 노하우에 대한 글이다.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당장의 나를 만나는 학생들은 자주 나를 찾아와 어떻게 하면 수능 국어 점수를 조금이라도 더 올릴 수 있는지 도움을 구한다. 그리고 나의 짧은 경험을 담은 조언이 때때로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제한적인 경험에 의한 조언이지만 앞서 나를 만났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동안 학생들에게 알려주었던 수능 국어 공부법을 글로 정리해본다. 내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아는 것을 나누기 위한 선의로 쓰는 것이니 너그럽게 읽어주기를, 그리고 단 한 명에게도 실제적인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