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고3 담임을 맡게 되었다

설레고 두려운 마음, 너희도 그럴까?

by 옥돌의 지혜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교직생활 8년 차, 육아휴직을 제외한 실제 근무 경력 3년 6개월. 처음으로 고3 담임을 맡게 되었다. 둘째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해서 3년 만에, 코로나 시국에 담임을 맡았는데 3학년 담임을 맡은 것이다. 항상 3월 새 학기는 두렵지만 새로운 도전 앞에 또다시 두려움과 긴장감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다.


3학년을 맡으며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 부분도 있다. 사립학교는 과에서 돌아가며 3학년 담임을 맡는데 내가 두 아이를 출산하고 두 번이나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계속 나 대신 다른 선생님들이 고3 담임을 하셔야 했다. 항상 미안함과 눈치 보이는 마음이 공존했는데 드디어 고3 담임을 맡는다니 내 역할을 남에게 미루지 않고 감당하는 것 같아 속이 후련하기도 하다. 또 나는 그동안 1,2, 3학년 중 3학년 수능 국어 수업에서 가장 재미를 느꼈고 3학년 아이들과 케미가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힘은 들겠지만 3학년들과 국어 수업을 할 생각을 하니 내심 기대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3학년 담임을 하며 입시 최전방에서 몇 년 경험을 쌓으면 앞으로 1, 2학년 담임을 할 때도 훨씬 입시에 대한 전문적인 소견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을 것 같아 교사로서 성장할 기회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없다. 그냥 고3 담임만 해도 힘들다는데 하필 코로나에, 담임을 쉰 지도 몇 년에다가, 두 아이도 아직 어린데, 세 과목 7 시수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니. 친한 교사 친구에게 고3 담임 연수도 받고, 학교에서 신학기 연수도 받고, 이런저런 새 학기 준비들을 해나가는데 점점 더 마음에 부담이 커가고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근심을 가득 안고 잠이 들어 꿈에서도 괴로워한다. 며칠 전에는 수업 준비에 쫓기다가 결국 수업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수업에 들어가 아이들 앞에서 망연자실해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나는 또 잘 해낼 것이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하고, 유능하니까(?). 나에게는 잡초 같은 근성이 있어서 상황이 최악일수록 정신이 맑아진다. 잠잠히 할 일을 해내며 또 희열을 느낄 것이다. 한계에 부딪히는 매일 속에서 바짝 엎드려 하나님 은혜를 구할 것이다. 그러면 신실한 하나님은 또 나를 붙들고 안고 건너실 것이다. 나는 안다. 왜냐하면 이미 지난 삼십여 년의 세월 매번 반복하는 은혜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올해 고3이 되는 아이들은 고등학교 입학 후 내내 코로나를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전 학생들보다 훨씬 수업 태도나 교사에 대한 존중이 무너져있고 개인주의적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그건 '들은' 이야기일 뿐 내가 직접 '만난' 아이들은 아니다. 3년째 코로나의 위험 속에서 늘 불안감을 느끼며 그 누구보다 혼란스러웠을 학생들. 그 아이들의 편이 되기로 한다. 이미 코로나 가운데서 내면을 단단하게 훈련해왔을 아이들의 힘을 믿고 기대하기로 한다. 그동안 살아온 인생 중에서 가장 두려움과 압박감을 크게 느끼는 일 년을 보낼 아이들을 안쓰러이 여기며 너그럽게 받아주는 어른이 되기로 한다. 표면적으로는 엎드려 자고, 까칠하게 말하며, 제멋대로 행동하고, 교사를 도구로 대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선생님의 따듯한 눈빛과 온기 어린 말 한마디에 위로받고 격려받을 아이들의 속마음을 헤아리기로 한다. 나 스스로 입시전문가로 대단한 역량을 키우는 것보다 이 기본적인 태도를 지키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며 일 년을 보내기로 한다.

올해 만날 나의 3학년 학생들에게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끊임없이 말할 것이다. 스스로가 믿어지지 않아도 너는 분명 해낼 것이라고. 해낸다는 것은 꼭 목표를 성취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지켜내면 그것이 해낸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말할 때마다 그 말을 내게도 들려줄 것이다. 이 도전의 일 년을 함께 할 것이다. 낮에는 고3 담임이자 국어교사로, 저녁에는 두 어린아이의 엄마로, 주말을 활용해 틈나는 대로 글쓰기, 재테크 공부, 운동, 신앙생활을 이어나가며.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다섯 시간 자며 하루 종일 공부하는 내 학생들만 할까. 부디 올해의 끝에도 감사함만이 오롯이 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