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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촌개구리 Sep 17. 2024

촌개구리의 삶 (25)

사과를 먹는 기쁨

아침에 일어나면 나만의 루틴이 있다. 우선 따듯한 물 한잔 마시고 스트레칭 한 다음 사과 하나를 먹는다.

맛있는 사과를 한 입 가득 베어 물면 과즙이 입안에 가득 차며 내 몸의 행복 세포를 깨운다. 이렇게 하루를 사과와 함께 시작한다.


그래서 일 년 내내 냉장고에 사과가 떨어지기 전에 맛있는 사과를 사 오는 일이 지상과제인데 올해는 사과값이 많이 올라 힘들었다.


특별히 사과만 편애하는 것은 아니다. 어릴 적 가난해 쉽게 먹어보지 못했던 바나나와 망고 같은 열대과일도 좋아한다.


토끼들이 어릴 때 제주로 여행 가서 감귤 농장에서 귤 따기 체험도 하고 실컷 먹었던 기분 좋은 추억도 있다.


코로나 전까지 추석 전후로 밤 줍는 계절이 오면 퇴직선배님이 운영하는 아산 농장에 입사동기들이 모여 양손에 양파망이 찢어질 정도로 담아 오던 시절도 그립다.


이처럼 ​과일이든 생선이든 현지에서 직접 따 먹거나 선상에서 바로 잡아먹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장흥 보름살이 하며 산길을 걷다 아내가 발견해 따먹은 산딸기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장흥에서 '체리 열매 따기 행사'에 참석해 농장에서 먹는 것은 공짜라고 해서 종류별로 실컷 먹었더니 숙소로 돌아오며 온몸이 근질근질  알레르기 반응이 나와 고생했다.


순간 30여 년 전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앵두 먹고 난생처음 온몸이 빨갛게 두드러기가 생겨 놀라서 약국에서 처방한 약을 먹고 겨우 진정이 되었던 기억이 떠 올랐다.


앵두와 체리는 분명 다른 품종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몸이 반응하는 것을 볼 때 사촌간인 건 분명했다. 그날 이후로 이름도 이쁘고 맛있는 앵두와 체리가 살아가며 멀리할 과일 리스트에 추가된 것이 너무나 가슴이 쓰렸다.


것이 끝이 아니다. 2년 전  '장호원 햇사레 복숭아 따기 체험' 행사에 참석해 농장 구경도 하고 직접 딴 복숭아 한 보따리씩 가지고 와 맛있게 먹었을 때까지는 몰랐다.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복숭아처럼 털이 많은 복숭아는 접촉하면 알레르기 반응인 가려움증이 생긴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조심해야 할 과일에 추가했다. 아울러 누가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복숭아털로 테러를 가할까 봐 걱정이다. ㅋㅋ


그러나 사과는 현재까지 부작용 없이 매일 아침이면 먹을 수 있어 사과를 향한 일편단심은 변함이 없다. 이번 추석에 선물로 들어온 사과를 비롯한 과일이 냉장고에 가득해 왠지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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