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개구리의 삶(51)

남산은 살아있다

by 촌개구리

오늘은 나들이하기 좋은 날씨에 가을의 끝자락에 단풍구경도 할 겸 퇴직모임에서 진행하는 트레킹반 월례회에 참석해 남산둘레길을 다녀왔다.


새벽밥 먹고 집에서 한 번에 서울 가는 버스를 타고 숭례문에서 내려 서울역 앞 고가도로공원에서 일행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둘레길로 들어섰다.

휴일이라 그런지 단풍구경 나온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남산에 많이 모여 사람구경도 하고 백범광장에서 단체기념사진 찍고 남산도서관을 지나 성곽길과 산책길로 남산타워까지 올라갔다.

중간중간 서울시내가 보이는 전망대에서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며 멀리 보이는 안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서울을 수도로 정한 선조들의 혜안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세계적으로 수도에 국립공원이 있는 곳을 찾기 쉽지 않은데 더군다나 배산임수로 남쪽에는 한강이 흐르고 있어 서울은 명당지역이 확실하다. 그래서 그런지 K-문화와 더불어 외국인이 많이 찾는 세계적인 도시가 된 거 같다.


남산타워가 있는 정상에 올라 한강과 한남대교를 바라보며 50년 전 한남동에 살던 추억이 떠올랐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이제는 경기도에 살다 보니 가끔 서울에 오면 너무 달라진 서울의 모습에 낯선 이방인이 되어 여행 다니는 느낌이 든다.

하산하며 둘레길로 들어서 바리바리 싸가지고 온 간식( 감, 배, 귤 등 과일)을 맛있게 먹었다. 막걸리를 먹고 싶은 분도 계셨지만 음주불가장소라 아쉬움을 안고 다시 산책길로 들어서 필동 쪽으로 내려오며 단풍구경을 실컷 했다.

필동으로 내려와 김선배 님이 근무하는'필동갤러리'를 들려보자고 해서 마침 송유미화백의 '인드라망_존재와 빛의 반사'라는 주제로 개인전이 열려 관장님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미술관람을 했다.


남산둘레길을 걸으며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님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건강을 다지는 것만 기대했는데 좋아하는 미술관람까지 하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았다.

늦은 점심을 인근 맛집에서 닭 한 마리로 소주를 곁들여 푸짐하게 먹고 디저트로 이선배님이 쏘신다고 해서 전통찻집에 들려 십전대보탕 한잔씩 하며 전통찻집에 어울리지 않는 악기와 오디오시스템이 잘 돼있었다. 사장님이 신청곡도 받아준다고 해서 추억의 음악감상실에 온 것처럼 신청 음악을 듣고 나왔다.

전철역에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고 남대문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찻집에서 들은 마지막 신청곡인 '노고지리'의 '찻잔'이 귀에 맴돌았다.

이젠 퇴직 후 계급장 떼고 서로 스스럼없이 농담할 정도로 선후배 간에 격의 없이 진행되는 골프모임이든 트레킹 모임이든 30여 년간 같은 조직생활을 하다 보니 한마디만 해도 무슨 뜻인지 다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모아져 이제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끈끈한 정이 흐르는 좋은 모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좋은 선후배님들과 살아있는 남산둘레길을 걸으며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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