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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루 May 08. 2024

먼저 간 시간이 알려준 것

시간이 흘러도 마음은 그 자리

"60이 되었지만 마음은 3-40대랑 별 다를 것이 없어."

지난여름 바다가 훤히 보이는 언덕을 오르던 중 부모님은 내게 말씀하셨다.

"그래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보다 30년 남짓의 시간을 앞선 당신들의 말이 멀게만 느껴졌다.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었던 작년의 나는 알지 못했지만, 그 말의 뜻을 지금에서야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은 이제 나는 당신들과 함께 세월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일까.




언제부터일까. 아버지를 마주하고 대하는 것은 어렵기만 했고, 날 아프게만 했기에 머나먼 땅에서 돌아오고 싶지 않았었다. 하지만 어렵고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케케묵은 나의 감정을 정리하고 나니 당신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당신을 보는 나의 시선 또한 조금씩 달라질 수 있었다.


어릴 적 부모를 의지하며 자라는 동안 나에게 부모는 마치 '신'과 같은 절대적인 존재였던 것 같다. 나를 이 땅에 존재하게 하였고, 그렇기에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복종해야 했으니깐. 내가 바라던 힘과 자유는 그 권력 앞에 무의미했었다. 어찌 되었건 절대적인 것만 같았던 그 존재들도 사실은 약하고, 단지 지금의 내가 겪는 시간을 조금 먼저 앞섰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절대적인 것 같아 보이는 그 권력 뒤에서 그들도 항상 불안했고, 그들이 가지지 않은 것들을 바라며 살아왔다는 것을. 그들이 나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사실은 나와 같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존재라는 것이 와닿았다.



오랜만에 친구와 문자를 했었다. 외로운 타국 생활이었지만 함께여서 행복했던 추억들을 나누었다. 10년이 되어가는 이야기들이지만, 내가 가진 기억의 파편들은 어제처럼 생생하다. 그 추억들을 놓을 수 있을까? 아마 또 다른 10년이 지나도 나는 여전히 종종 그때의 추억들을 보며 행복하고, 또는 그리워하지 않을까.



아, 이제야 깨닫는다. 이런 의미였을까. 그날의 부모님이 들려줬던 이야기는. 60이 되어도 마음은 3-40대에 머물러있다는 당신들의 얘기가 아직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지만, 나는 10년이 지나 40대가 되어도 지금처럼 더 찬란해 보였던 20-30대의 기억을 꺼내보겠지. 그리고는 세월이 더 지나 내가 언젠가 오늘날 당신의 나이가 된다면, 한 때 나를 우러러보았던 아이와 함께 산을 오르며 멀리 바다를 보다 ’60이 넘었지만 여전히 별다른 게 없어.‘ 라며 아이는 이해하지 못할 나의 이야기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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