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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Apr 09. 2021

제가 갑상선 암이래요. 저는 괜찮아요~

3 병동 이야기

간호사 생활 15년 차.

지금 다니는 병원은 7년째 근무 중이다.

큰아이를 임신하고 병원에 다니고 있을 무렵, 예쁘장한 후배 한 명이 입사했다.

이 후배와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후배는 다른 간호사들과 달랐다. 예의가 아주 무척이나 바르고, 나에게 선배 대우를 깍듯이 해주었다.

(물론 다른 후배 간호사들이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후배와 나는 5년째 같은 병동에서 일하고 있고, 어느새 아들 하나, 딸 둘의 엄마가 되었다.

같은 아이 엄마이다 보니, 아무래도 말이 잘 통했다. 어찌나 새심 한 지, 내가 큰 아이를 낳았을 때

이쁜 옷을 선물해주었고, 둘째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우리 아이들의 생일과 어린이날까지 챙기는 착한 후배.


"선생님 생일 축하드려요. 맛있게 드세요"

"선생님 긍정이의 유치원 입학을 축하드려요. 별건 아니지만 받아주세요"


이런 후배를 안 이뻐하려야 안 이뻐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나도 알뜰 살뜰히 챙겼다.

우리는 직장 동료 그 이상의 가족 같은 사이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일상 대화나, 안부를 카톡을 서슴없이 할 정도로, 친근한 사이라고 할까나?

(물론 나의 카톡에 후배가 불편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니겠지...?)


삼 교대 근무를 하면서도 하루에 6시간 이상을 자지 않는다.

엄마표 영어 공부, 엄마표 수학, 홈스쿨링 등 아주 열정적이다.  게다가 인스타 마켓으로 추가 부수입까지 올리고, 알뜰살뜰 저금해서, 대출도 갚고, 차도 사고

그냥 말이 필요 없는 동생 삼고 싶은 후배님이다


얼마 전에 건강검진차 갑상선 초음파를 했는데, 결절이 3-4개 발견되었다고 한다.

모양이 이쁘지 않아서, 바로 조직 검사에 들어갔는데, 결절이 석회화 진행이 심해서

바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여서 애를 먹었다고 한다.


" 90프로 이상은 암이라고 보시면 돼요"

" 모양이 좋지 않으니, 암이 아니어도 큰 병원에 가야 합니다"


조직 검사를 하고 온날,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며, 걱정하는 눈치였다.


" 에이 ~ 무슨 암세포가 그렇게 딱딱해? 결절은 흔한 거잖아. 걱정 마 아무 일도 아닐 거야~"

위로를 해주었다.


그리고, 5일 후 조직 검사에서 암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게 바로 어제이다.  오늘 출근을 했더니, 아주 해맑게 이야기한다.


"선생님 제가 암이래요~"

"저 아픈 곳도 없고, 식욕도 너무 좋고요. 살도 안 빠졌는데, 암이래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쿨하게 말하는데, 나는 아닌 걸 안다..

결과 통보를 받은 어제, 출근을 해서 울고 난리가 아니었다고 수선생님께 들었다. 자는 아이를 보면서 계속 울고, 그냥 하루 종일 울었단다. 지금은 그래도 괜찮단다.

주변에서는 갑상선암은 착한 암이라서, 암덩이만 떼어 내면 괜찮다. 별거 아니다~ 말하지만

이제 막상 나 또는 내 가족에게 걸렸다고 생각하면??


서울에 큰 대학병원 외래 예약은 일주일 후로 잡아 놓았고, 몇 군데 알아보았는데

수술을 하려면 3-4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내가 도움을 줄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후배의 친정어머니도, 신랑도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단다. 우리 병동 식구들도 같이 울었단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나니 본인은 괜찮다고 한다. 그런데 자꾸 같은 말은 반복했다


" 저 건강한데 암이래요~ 석회화가 많이 진행되었고, 단계로 따지면 6단계래요"

"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6단 계면 림프절 전이 확률도 많다고 해서... 림프절을 도려내야 한다네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 거지??


우리 후배, 하루 6시간씩 자면서, 삼 교대 하고, 약간 모진 시댁 때문에 마음고생을 엄청 많이 했지만.

너무 착해서~ 시어머니께 싫은 소리 한번 내색하지 않았던 아이인데...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는데 괜히 그 집 시어머니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후배의 마음고생을 알기 때문이다.


2년 전에, 복부 통증으로 갔던 병원에서, 간암을 진단받고, 서울 대학병원에 와서 ct를 찍고 결과를

기다렸던 그 일주일. 정말 죽음의 시간들이었다.

아이들만 보면 눈물이 나고, 우리 친정엄마만 봐도 눈물이 주르륵. 인터넷 정보들을 검색하면서

땅굴을 파고 들어가, 거의 우울증이 오다시피 했었다.

결국은 암은 아니었고, 양성 종양이었지만, 그 힘든 순간들이 생각나서, 더 괴로웠다.


" 저 그럼 아스트라 제네카 2차는 못 맞는 건가요?"

" 제가 수술 때문에 병동 빠지면, 근무는 누가 해요?"

" 저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 주는 거 너무 싫어요"


아이고야.. 몸 걱정이나 하시지, 병동 걱정은... 나보다 몇 살이나 어린 후배이지만, 이럴 때 보면 참 어른스럽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어린 아들이 보고 싶다며, 옷을 갈아입고 퇴근을 했다.


참 그렇다. 내가 큰 병원에 나는 사람이 도 있었으면.. 도움이 됐을 텐데, 선배인 내가 도움을 줄 수가 없어서 답답하다.  다들 갑상선 암은 착한 암이라고, 2박 3일 입원하고, 퇴원해서 바로 출근했다는 얘기도 듣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 좋지 않다.


"집에 잘 갔니?"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치킨? 족발? 햄버거? 피자?"

"아 맞다 너 운전하고 있지. 미안 혼자 떠들었네"


카톡을 보냈다가 지웠다가 했다.

아니 이 상황에 그깟 먹는 게 뭐가 중요하겠냐만은 그냥 뭔가 챙겨주고 싶었다.


" 카톡으로 돈 보냈으니까, 내일은 힘들게 밥하지 말고, 족발이나 시켜 먹어"

쿨한 척 카톡을 보냈다.


평소 나의 정신적 지주가 되던 후배인데, 이렇게 아프다고 하니 내가 어쩔 줄을 모르겠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선배가 되어주고 싶었는데... 빨리 수술 날자가 잡혀서, 그 고약한 암덩이를 떼어 버렸으면 좋겠다.

우리 후배 힘내. 내가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지금이라도 발견한걸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물론 내가 당사자였다면, 그런 생각은 하기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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