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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Jun 14. 2021

얀센백신 맞고 상전이 된  얄미운 신랑 이야기

워킹맘 이야기


드디어 결전의 날이다.

나 말고 우리 신랑.....

운 좋게 얀센 백신 예약을 하고 일주일 전 아니 한 이주 전부터 계속 나에게 세뇌를 시켜왔다...



"여보 내가 6.14일 날 조금 아플 예정이거든?"

"애들은 못 돌볼 것 같으니 장모님께 부탁 좀 드릴게"



아직 백신을 맞지도 않았는데 아플 예정이란다. 아플 예정이라서 아이들을 돌볼 수 없으니 장모님께 맡길 예정이란다.미치겠다.... 아직 맞지도 않았는데, 아플 예정.


내가 아스트라제네카 1차를 맞았을 지난 3월. 정말 부작용으로 힘들어서 죽다가 살아났는데, 본인도 그렇게 될 거란다.


아침에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10시쯤 신랑이 순댓국을 사주어서 먹었다

"이게 최후의 만찬인 건가........."


아니 어디 뭐 죽으러 가나? (진짜 꼴값이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나, 애써 주변에 얀센 백신 맞고 괜찮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주며 불안을 잠재워 줬었다.



내가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았을 당시(3월)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누워 있어도 누가 머리를 망치로 치는 것 같았고, 속도 울렁거리고, 근육통과 관절이 쪼개지는 통증으로 인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누워만 있었다.


그때 우리 신랑이 약도 먹여주고, 물도 떠다 주고, 열 체크도 수시로 해줬었다 물론 아이들 케어도 다 해줬었다.


참 고맙게 생각하긴 한데.............. 내 생각에는 나도 그때 그렇게 해줬으니~ 당신도 나한테 그렇게 해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여보 다른 남자들은 와이프랑 같이 왔더라?"

아~ 와이프도 잔여 백신같이 맞는가 보지 뭐~


"아닌데? 주사는 안 맞고 그냥 같이 왔더라고"

"신랑 걱정돼서 같이 와준 것 같았어"


그저 웃지요~ㅎㅎㅎㅎ


" 여보 커피 좀 한잔 맛있게 타와봐"

" 여보 나 주사 맞은 팔이 이상해. 힘이 없어"

" 여보 타이레놀 좀 대기 시켜 줄래?"

" 여보 리모컨 어디에 있어. 찾아줄래?"



백신 맞은 지 30분도 안되었는데, 벌써 증상이 나타나는 것인가...??

왜 몸이 안 좋다면서 담배는 피우러 가는 것인가. 몸이 아프다면서 왜 커피는 맛있게 타오라고 하는 것인가.......


아프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ㅋㅋㅋㅋ

" 아 슬슬 머리가 아프고 띵한 것 같아" 똑같은 말을 세 번 이상 반복하고 있는 신랑을 발견


"아니 누구는 백신 안 맞아봤나??"




오늘 쉬는 날이라서 집에 같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쯤 시중을 들고 있었겠지....


타이레놀 6T 세 봉지를 침대 곁에 두고 출근을 했다. 사실 뭐, 조금?? 걱정은 되긴 하지만, 백신 맞으면 가벼운 부작용 정도는 있는 법이니까..


"여보 오늘 아이들 못 볼 예정이라고 장모님께 얘기했어?"


ㅋㅋㅋㅋ 그래 말했다 이 인간아.



.





일하고 있는데 카톡이 온다

구급차 사진 찍어 놓고 "다녀올게"

옆에 있었다면, 딱밤 10대 정도 때리거나, 크게 쥐어박았을 것 같다.



일하고 있는데 또 카톡이 온다


"여보 오늘 샤워하면 안 돼?"

" 나 땀이 너무 나"


샤워를 하지 말라고 할 수 없었다. 우리 신랑이 살집이 있기도 하고 인간 육수 제조기라서 조금만 움직여도 티셔츠가 흠뻑 젖는다.  하루에 티셔츠 두어 번은 갈아입어야 하는 사람이.. 샤워를 못하니 얼마나 갑갑했겠어. 워낙 접종 당일은 샤워나 목욕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우리 신랑의 사정을 알기에 밴드 붙이고 그냥 하라고 했다~


사실 나도 아스트라제네카 맞은 날 깜빡 잊고 샤워를 했었으니까.


이 외에도 계속 카톡을 울렸다


"여보. 나 열이 나기 시작했어"

"타이레놀 먹어도 될까?"

"여보 나 타이레놀 먹었는데 머리가 띵해"



접종한지 9시간이 지난 지금, 카톡을 해보니 머리만 약간 띵하다고 한다. 저녁은 알아서 잘 찾아 먹었다고, 오늘 밤이 최대 고비일 것 같은데 옆에서 잘 케어해줘야겠다.

평소에도, 남편이 아닌 큰아들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오늘은 진짜 아들 같았다.


그래도, 나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 같으니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다.

이제 신랑도 나도 백신 접종을 끝냈으니,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은 덜해지는 것 같다.

"남편님아~ 백신 맞느라고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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