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테크 이야기
오늘도 고민한다.
찢어진 간호화 살까 말까??
그래, 사자! 쿠팡을 뒤적거리다가 라면과, 쿠키 만들기를 사고 정작 내 간호화는 사지 않았다.
사실 작년부터 조금씩 뜯어지기 시작했는데, 오늘 보니 꽤 많이 뜯어져 있었다.
기껏해야 돈 2만 원인데, 왜 이렇게 사기가 아까운 걸까? 아마 밖에서 신고 다니는 외출화였다면, 바로 샀을지도 모르겠다.
병원에서만 신고, 티도 잘 안 날뿐더러, 사실 내 것 사기에는 뭔가 돈이 아까웠다.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까지 왔다. 사진을 찍고 보니 웃기다. 서른 중반에는 걸맞지 않은 유치한 양말~
어디서 사은품으로 받았던 양말 같은데, 이것도 참 오래 신었다.
내가 신규 간호사 때는, 염색머리도 안되고, 무조건 흰색 양말에, 귀걸이도 딱 달라붙는 것으로, 병원 갈 때는 샌들도 신으면 안 됐었다. 심지어 수 선생님은 민소매티 입는 것도 싫어하셨었다.
그게 언제 적 이야기냐~ 약 15년 전 대학병원 다닐 때 이야기이다. 갑자기 왠 옛날이야기??
언젠가부터 내 물건 사는 돈이 너무 아까웠다. 옷 사는 것도, 양말도, 속옷도.
쿠팡이나 소셜로 아이들 것은 잘만 사는데 말이다. 큰아이가 발이 금방 커서 해마다 신발도 두세 켤레씩은 사줘야 하고, 양말도 사줘야 하고 그럴 때는 서슴없이 카드를 결제하는데...
"여보 속옷 좀 사면 안될까?"
"야보~ 그 다 뜯어진 원피스 좀 그만 입으면 안 될까?"
패션에 관심 없는 우리 신랑도 제발 옷 좀 사 입으라고 했다. 재테크에 눈을 뜨고, 주식 사서 적립하기에 바쁘고, 생활비 아끼느라고, 언젠가부터 내 것은 뒷전이었다.
그냥 일하면서 내 발을 쳐다보다가, 찢어진 간호화에게 미안해서 주저리주저리 써보았다. 오늘은 꼭 이쁜 간호화 하나와, 머리 망을 사야겠다.
(부디 다른 쇼핑으로 빠지지 않기를)
ps. 12000원짜리 간호화 결국 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