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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Dec 22. 2020

엄마, 내일 졸업식에 올 수 있어? 워킹맘은 두렵다

워킹맘은 유치원 행사가 두렵다


나의 모든 일정은 한 달 전에 정해진다!

이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 간호사인 나의 일정은 한 달 전에 정해진다. 간호사 근무 표는 듀티 (duty)라고 말하는데,

대부분 한 달 전에 근무 표가 나온다.


오늘이 12월 20일이라고 치자.

항상 이맘때쯤 다음 달 근무 표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그럼 매달 15~20일 사이에 다음 달 근무 표를 받게 되고, 근무 표를 받은 순간! 나의 스케줄과 다이어리는 빼곡하게 정리된다.



듀티 표는 이렇게 생겼다. 간호사 전용 어플이 있어서 그 어플을 사용 중이다.


한 달에 나이트 5~6번 (야간근무)

이브닝 11~12번 ( 오후 1시 출근 -10시 퇴근)

데이 3-4번 (오전 5시 출근 두시 반 퇴근)

오프 (빨간 날 + 공휴일 )




선생님, 유치원 학부모 참여 수업이나, 행사 잡히면 꼭 두 달 전에 먼저 알려주세요!!



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제일 신경 쓰는 건, 학부모 참여 행사다.

물론 상황에 따라 급하게 연차나, 반차 또는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맘들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직장맘들이 유치원 학부모 행사는 썩 반갑지는 않을 것 같다.



워킹맘( 나) 유치원 고르는 기준


다른 워킹맘들은 유치원 고르는 기준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의 기준은 이렇다. 커리큘럼 따위는 상관없다. 어차피 유치원 다 거기서 거기다...


1. 방학 중에도 아이를 보내도 되는지?

2. 학부모 참여 행사가 적은 지?



"엄마 내일 나 어린이집 졸업식이야."
"엄마도 졸업식에 올 수 있는 거지?"
"민아랑, 유라랑 준수네 엄마도 온다고 했거든."



두둥... 어린이집 졸업식 일정을 확인 못 했다. 

나의 근무는 이미 한 달 전에 나왔는데,

당장 졸업식이 금요일 오후였다.  나는 금요일 오후 근무였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행히 친정엄마가 가신다고는 했으나. 솔직히 다른 아이들 엄마는 다 오는데, 우리 딸만 기죽어할 것 같아서 많이 속상했다.



그래서 신랑이 급하게 연차를 쓰고, 결국 어린이집 졸업식에는 우리 신랑과 친정 엄마가 참여하게 되었다.

일하는 중간중간 신랑에게 큰딸의 사진이 카톡으로 전송되었다.


엄마가 오지 않아도 절대 기죽지 않고, 생글 벙글 표정을 보니 안심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큰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에서, 나만 빼고 전부 전업 맘이어서 시간 활용이 자유로웠었고 (나만 소외된 느낌)

어린이집 딸기 따기 체험, 블루베리 체험 등 엄마 참여 수업에는 전부 못 갔다.


이날 우리 딸은 상장도 받고 의젓하게 졸업식을 끝마쳤다. 성격 좋은 우리 신랑은, 졸업식 후 학부모들과 함께 어울려, 집 근처 갈빗집에서 식사까지 같이 했다고 한다.

(성격 좋은 신랑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Q&A

근무 표를 바꾸면 안 되나요?


당연히 안된다. 우리는 삼 교대이기 때문에, 한 명이 중간에 빠져 버리면, 그 근무를 누군가 대신해 줘야 하는데, 다들 계획이 있고, 스케줄이 있을 텐데.. 그건 민폐이고, 직장 생활 예의가 아니다!


Q&A

꼭 쉬어야 하는 날은 오프를 신청할 수 있나요?


물론, 꼭 쉬어야 하는 날은 오프 신청이 가능하다. 대신에 꼭 한 달 전에 신청해야 한다!

만약 근무 표가 이미 나왔는데, 급한 일정이 잡히거나,

갑자기 아이가 아프다거나 해도, 무조건 출근해야 한다. 예외란 없다!


주 양육자가 나, 신랑, 친정엄마 이렇게 세명이고, 항상 돌봐주는 시간대와 스케줄이 다르지만, 우리 아이들이 애정결핍이나, 특별한 문제없이 커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선생님, 혹시 이번 연도 12월에 학예회는 학부모 참여하나요?
"제가 미리 근무를 신청해야 해서요"



12월 학예회에 대한 질문을 학기 초 3월에 했었다.

약 8개월 전에 그런 질문을 한 엄마는 나밖에 없을 것 같다. 

12월에는 다들 연말 행사와 모임이 많이 때문에, 미리 오프(쉬는 날) 신청해 놓지 않으면, 오프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유치원 영어 수업은 몇 번 하나요?"

"원어민 선생님이 오시나요?"

"팩토 수업도 커리큘럼에 있나요?"

다른 엄마들이 유치원 입시 설명회에서 했던 질문이다.


그러나 내가 했던 질문.


"방학 중에 아이를 보내도 되나요?"

"방학 중에는 식당 여사님 나오시나요?"

"방학 중에는 차량 지원이 되나요?"

"학부모 참여 수업은 일 년에 몇 번이나 있나요?"



어느 날, 출근을 하려는데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유치원에서 전화가 오는 건 90% 이상이 아이가 아프다거나, 다쳤다거나 하는 전화임이 틀림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 00 이가 귀가 아프다고 울어요"

"병원에 데려가셔야 할 것 같아요"


대 환장 노릇.. 나는 출근해야 하고, 친정엄마는 외출 중이라고 하셨다. 다행히 친정엄마가 급하게 오셔서 병원에 가기는 했지만, 유치원에서 전화 오는 게, 제일 무섭다




큰아이가 두 살 무렵,

자기로 지게 울고, 짜증을 무지 냈었다. 그때는 말을 못 했으니, 그냥 예민한 아이구나. 정도껏 해야지, 진짜 버겁다.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날은 오후 출근을 했는데, 아이 봐주시는 친정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00 이가 급성 장염이래, 의사가 배가 많이 아팠을 거라고 하더라.

"수액을 맞아야 한대. 피검사도 나가고"


하필 눈치 없는 신랑, 내가 일을 하는데 우리 큰딸, 가녀린 손에 수액 바늘 꽂고 할머니 등에 업혀서 울고 있는 사진을 보냈다.. 카톡으로....


내가 그날 진짜, 그 사진을 보고, 얼마나 울었던지, 지금도 글을 쓰면서 눈물이 나는데, 일하다 화장실 가서 울고, 또 눈물 나서 화장실 가서 울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지나고 보니 다 잊힌 기억이지만, 그날만큼은 정말 일을 그만둬야 되나 생각했었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3월부터 아이들을 원에 보냈다 안 보냈다가 그렇게 지내고 있다.

만약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봐주지 않으셨다면, 나도 긴급 보육으로 아이들을 계속 보내고 있겠지.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 주고, 가정 보육해 주시는 친정엄마가 계시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다.

친정엄마 눈치 보일 때가 많고, 가끔은 너무 죄송스러울 때가 많다. 나도 양심이 있지...


안 보이는 친정엄마와의 기싸움, 감정 트러블이 가끔 일어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엄마한테 잘하는 수밖에!


ps. 오늘도 코로나로 인해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아이들과 고군분투하는 세상에 모든 엄마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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