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슈맘 Jan 22. 2021

나의 퇴근 시간은 밤 10시, 두 딸들이 가장 기다리는

육아 이야기

엄마 오늘 집에 들어와?



그럼! 엄마 오늘 10시에 퇴근해.

할머니가 데리러 오실 거야. 할머니 말 잘 듣고 있어

엄마가 끝나고 데리러 갈게. 사랑해!

우리 아이들이 항상 아침에 묻는 말이다.


" 엄마 오늘은 일나 가?"

" 할머니네 집에서 자야 돼?"

" 오늘 밤에 오는 거야?"


삼 교대 뒤죽박죽 근무 표 덕분에

우리 딸들의 질문은 남다르다.

나는 한 달에 열 번 이상 오후 근무

(오후 2시 출근 10시 퇴근)를 한다.

야간근무는 약 5번 정도.


오후 근무일 때는 친정어머니가

하원부터 저녁식사, 한글 공부

그리고 목욕까지 모든 것을 케어해주신다.


신랑도 같이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주 양육자가 매일 달라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처음에는 혼란스러워했으나 지금은 적응한

눈치이다.


이브닝 근무가 끝나고 친정에 도착하니 밤 10시.

토끼 같은 두 딸들은 내가 오는 문소리를 듣고

문 앞에 서서 "엄마" 하고 와락 껴안는다



"엄마 손 안 씻었어"

"아직 안지 마, 마스크 벗어야지, 병균 있잖아"


말을 해도 소용없다. 그냥 엄마가 좋은가 보다.

두 딸들의 유치원, 어린이집 가방과

친정 엄니가 바리바리 싸주신 반찬과 국을

양손에 가득 들고, 운전을 해서 집에 왔다.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신랑은 이미 도착해서

주차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가족은 특이하게도

밤 10시에 "이산가족 상봉"을 하듯이 모두 만난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반가움도 잠시 할 일이 태산이다.


우선 식판을 닦아야 한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외출복을 입은 채로 아이들

식판을 닦고 있을 때,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식판을 닦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어린데, 이렇게까지 교대 근무를

해야 되나 싶어서.. 가끔을 설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물론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죽는소리는 그만해야 되겠지?





식판을 닦고, 병원에서 근무를 했으니, 깨끗하게 샤워도 끝냈다.

또 할 일이 남아있다. 매일 유치원에서 내주는 숙제


"그림 수첩"

어쩔 때는 이마저도 못해 갈 때가 있다. 분명히 다른 집 아이들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숙제 열심히 해올 텐데... 우리 딸은 가끔 숙제를 빼먹은 상태로 유치원에 가곤 한다

(이건 내가 게을러서 일까?)


"여보 다른 집 아이들은 밤 10시면 잔다던데

우리 애들도 일찍 좀 재우면 안 될까?

"일찍 자야 키가 큰다는데?"


우리 남편은 항상 아이들을 일찍 재우라고 말한다.

아마도 본인은 빨리 자고 싶은데 피곤해서 그럴지도...

그런데 이건 논리에 맞지 않다.

내 퇴근시간이 10시인데 하루 종일 엄마만 기다렸을 아이들인데 오자마자 아이들을 재우라고??

그건 너무 야박하잖아..


엄마랑 이야기도 하고, 잠자리 독서도 하고 그 두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아이들을 빨리

재우래... 이럴 때는 신랑과 참 안 맞는다...

다른 집과 우리 집 상황을 다르니까.

똑같이 행동할 수는 없지 않을까?



답답이............


큰아이가 돌 때부터 항상 잠자리 독서를 해줬었다.

자기 전에 무조건 책 10권 이상씩은 읽어 줬었는데,

지금은 잠자리 독서가 우리 집의 잠자기 전 의식?

절대 안 해서는 안될 일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해야 하는 자기 전 독서..

나는 너무 피곤한데, 둘째가 자꾸 책을 가져온다.


결국 총 8권을 읽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어갔다.



곰 같은 남편이, 내가 힘들어 보였는지

편의점에 가서 선물을 사 왔다.

맥주, 불 닭볶음 면, 마카롱........


"여보 내가 당신 선물 사 왔어"

"애들 재우고 한잔하고 힐링해요"


귓속말을 하더니 들어가서 잔다. 아까 신랑 욕했던 거 취소...

맥주 한잔하면서 불닭볶음면 먹으며

블로그도 하고 신문도 읽고, 독서도 해야 되는데 둘째 공주가 안. 잔. 다


밤 12시가 되어가는데도, 눈만 끔뻑거린다.

잠들어야 내가 부엌으로 나갈 수 있는데..... 내 마카롱.. 맥주.........


아이들이 너무 이쁘다고,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다고 할 때는 언제고.... 둘째가 너무 잠을 안 자니 슬슬 짜증이 났다.


"이 소리 들려? 사각사각, 망태 할아버지 오는 소리야"

"안 자면, 잡아갈지도 몰라"


거짓말하면 안 되는데, 아이 겁주면 안 되는데, 나는 결국 그렇게 해서 아이를 재웠다.. (딸 미안)


아이가 눈 감기 무섭게 거실로 나와

노트북 켜고, 라면 물 올리고, 달달한 마카롱을 먹으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 시간에 라면을? 에라 모르겠다. 하루 중 유일한 나만의 시간인데 뭐 어때? 힐링은 뭐 따로 있나!!


그래도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누리고 있는

지금, 자고 있는 두 딸들의 천사 같은 모습을 보니 행복감이 느껴진다






이전 10화 오늘 애들좀 재워줄 수 있어? 코로나 걱정 때문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