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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Dec 25. 2020

워킹맘은 크리스마스에도 출근정도는 기본이지!

성탄절 출근하기



12.24일 크리스마스이브

지금 시간은 밤 10시. 육퇴? 설마,, 우리 아이들은 12시에야 겨우 잠드는 올빼미인데..


12.25 크리스마스인 내일, 나는 새벽 근무가 예정되어 있다. 아이들을 저녁밥 먹이고 친정에 맡기고 왔다. 신랑이 야간근무라서 집에 없기 때문에, 아이들 봐줄 사람이 없으므로..

본의 아니게,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을 나 홀로 보내게 되었다. 솔직히 아이 엄마가 되고, 서른 중반이 되면서 크리스마스 따위는 나에게 의미가 없다. 그냥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을 뿐, 아이들에게는 살짝 미안하지만, 나는 혼자 글을 쓸 수 있는 지금이 편하다!


데이 출근이 경우,

아침 5시에 기상에서 집에서 5시 4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 그런데, 신랑이 야간 근무를 하고 퇴근하면 아침 6시

에 집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 사이 20분이 빈다.

아이들만 혼자 있는 20분이 불안해서, 집에 CCTV 도 설치하고, 친정엄마를 이른 새벽 5시 30분에 부르기도 했었으나, 솔직히 친정엄마께도 너무 죄송스러웠다.

날씨도 추운데, 그 20분 때문에 캄캄한 길을 오시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엄마, 오빠 퇴근하면, 아이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아침에 와서 등원만 시켜줄 수 있어?"

나는 아이 맡기는 죄인이기 때문에 친정엄마에게 항상 공손하다.


오전 5시 30분, 출근 준비를 하는데 큰딸이 눈을 번쩍 뜬다

"엄마 혹시 일 안 나가면 안 되지?"

"응 그건 힘들어, 나가야 해"


딸아이가 안쓰러워, 버티고 버티다가 5시 50분에 문밖을 나왔다. 

10분만 기다리면, 아빠가 퇴근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나왔다.

CCTV를 봤었어야 했는데, 딸아이 때문에 늦게 출발하기도 했고, 운전을 하느라 볼 새가 없었다.


내가 나오고 10분 후에 신랑이 집에 도착했단다


"여보 긍정이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엄마 부르면서 울고 있더라. 안쓰러워서 혼났어"

(긍정이는 큰딸 태명)


세상에, 억장이 무너졌다. 6세, 이제는 제법 다 큰 어린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없으면 무섭다고 우는 아기였구나... 혹시 어린아이 둘만 집에 10-20분 둔다고 아동 학대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려나 모르겠다. 명백히 그건 아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퇴근해서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간호사 근무의 장점!)

나도 이제 체력이 다 했는지, 아침 5시에 일어났다고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를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에너지가 넘친다.


"엄마 쿠키 만들기 하는 걸 어떨까?

"쿠키 만들면 졸음이 사라질 것 같지 않아?"


아니 전혀, 엄마는 그냥 자고 싶은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아이들이 원하는 데로 쿠키 만들기를 해줬다. 나도 아이들에게 의욕 넘치는 엄마이고 싶다. 때론 열정적으로 엄마표 수학, 영어도 해주고 싶고, 오감놀이도 해주고 싶지만 그것은 마음뿐.

퇴근하면 만사가 귀찮은 것은 나만 그런 것인가??

쿠기 만들고 소파 옆에 앉아서 졸다가 잠들어버렸다


"엄마 일어나면 안 돼?"

"나 심심하고 배가 고파"


네 살 둘째가 심심하고, 배가 고프다며 나를 깨운다. 세상에나 한 시간 반이나 잤네. 둘째가 화장실에 가서 혼자 큰일을 본 건지, 내복 밖으로 팬티는 반이 나와있고, 바닥에는 휴지가 나뒹굴어져 있었다.

미안해라..


저녁을 먹이고 여차여차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왔다.


"엄마 내일 일 끝나면, 데리러 올게"

"집에 오면 트리 옆에 산타 선물이 있을 거야"

선물 얘기하니까, 아이들이 좋아서 나는 순순히 보내 준다. 돈 많이 벌어 오라며.






집에 와서 엉망이 된 집을 치우고, 내일 신랑이 야간 근후 퇴근 후 먹을 미역국까지 끓여 놓으니 밤 10시. 우리 이쁜 두 딸들 크리스마스 선물도 포장해 두었다


새벽 근무라서, 일찍 자야 하지만, 워킹맘인 나에게는 나만의 시간이 거의 없으니, 이렇게라도 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잠을 줄여서라도 말이다.


병동 간호사는 주말, 공휴일, 명절에도 쉬지 못한다. 입원환자들이 1년 365일 계시기 때문에 우리에게 명절, 공휴일이라는 개념이 없다. (대신 오프 갯수로 받는다)


코로나 터지기 이전 그러니까 작년까지.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추석 등등 쉬는 날 다른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놀이동산 가고, 호캉스 가고, 즐거운 시간 보낼 때, 우리 아이들은 외할머니와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운 좋으면 오프도 받을 수 있음) 친정 엄마도 이제 어린아이 둘을 보기가 힘에 부치시니, 거의 유튜브와 TV를 보여주시는데 나는 그게 불만이지만, 물론 의사 표현은 절대 못한다


" 엄마가 애들을 안 봐준다고 하면, 나의 커리어도 모든 게 끝이니까"






크리스마스 이브, 나만의 시간이 생겨서 좋은데 벌써 두 시간이 후다닥 지나갔다.

신랑도 없고, 아이들도 없는 집, 적막하다.

절간이 따로 없다. 내일 아이들이 선물을 보면 좋아하겠지?

다섯시에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는데, 지금 혼자만의 이 시간이 왜 이렇게 좋은지?


크리스마스를 함께 할 가족이 있고, 선물을 사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고, 하하 호호 웃을 수 있는 지금의 상황들 나는 너무 감사하다.



PS. 메리크리스마스! 올해는 코로나 덕분에 집콕 성탄절이지만,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칼로리 걱정말고 마음껏 드세요! 나는 이미 확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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