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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교대 하는 간호사 엄마 이야기
08화
엄마 자는 사이에 고구마를 까먹었네?딸둘 낳기 잘했어
야간근무하는 날
by
서슈맘
Dec 29. 2020
나이트 근무 ( 저녁 9시~ 아침 7시)를 마치고 퇴근을 했다. 몸은 천근만근.
집 앞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매일경제 신문이 나를 반겨 준다.
조용히 들어온다고 들어왔는데, 현관문 소리가 들렸는지 작은 아이가 씩 웃으면서 일어나더니 나에게 안겼다. (이런 제발 더 자지, 벌써 일어났니)
"엄마밖에 안 추워?"
"병원에서 내 생각했어?"
어른처럼 질문을 한다. 귀여워라.!
부스스한 너의 모습조차도 참 이쁘다.
작은 아이 어린이집은 겨울 방학을 했고, 큰 아이 유치원에는 이미 코로나 때문에 반 아이들이 반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하니, 보내지 않고 데리고 있기로 했다.
교대 근무를 하는 우리 부부는, 거의 인사 정도만 하는 경우도 많아서, 오늘 아침에 얼굴 잠깐 보고 신랑은 출근을 했다
. 사실 퇴근 후 푹 자고 싶지만...
이제 더 이상 친정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기는 것도 눈치 보이고, 죄송스럽다.
(3월부터 3개월간 원에 보내지 않고 친정어머니가 가정 보육해 주심)
그래서 친정에 보내지 않고,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있기로 했다. 야간 근무 후 잠을 안 자고 아이들을 보는 건 무리다. 웬일로 아침 일찍 눈을 뜬 두 따님들, TV 가 있는 안방으로 모여든다.
"엄마, 피곤하지? 조금 자. 동생이랑 TV 보고 있을게"
나보고 조금 자란다.. 조금...
얼마나 고맙던지! 혹시나 내가 자는 동안 아이들이 배가 고플까 봐, 식탁 위에 삶은 고구마랑, 우유를 두었다.
"엄마 자는 동안 배고프면, 식탁 위에 고구마, 동생이랑 같이 먹어.
TV 채널 돌릴 줄 알지?"
"212번 틀면, 틴 타이탄이랑 투니버스가 나오거든"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일단 잠이나 자"
6세 큰딸이 이렇게 어른스러울 수가 없다. 자기가 알아서 한단다. 일단 자란다
© apassarelli, 출처 Pixabay
세상에, 4-5 시간을 잤을까? 눈을 떠보니 열두 시 반이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나를 단 한 번도 깨우지 않았다. 일어나 보니, 식탁 위에 고구마는 흔적 없이 사라졌고, 집안은 아수라장이다.
둘째 아이가, 아기 변기를 엎었는지 바닥에는 오줌 천지..
"엄마 미안해, 내가 모르고 그랬어"
말하는데 내가 다 미안하더라. 4세 6세 어린 두 딸들이 4시간 반 동안 엄마를 한 번도 깨우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배고프니 고구마도 혼자서 까먹고, TV 보다 지루해지니 거실에 나가서, 인형놀이도 하다가, 그림 그리기도 하고, 자기들 나름 재미있게 놀았던 흔적들이 보였다.
미안해서 후다닥 일어나서 점심을 차려 주었다.
조기구이, 돈가스, 비비고 사골곰탕 등.
배가 고팠는지 밥을 허겁지겁 먹는다. 4시간 반을 잤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언제까지 야간 근무를 해야 될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을 못 자니 입맛도 도통 없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려고 해도, 자꾸 졸음이 오고, 하루 종일 무기력했다.
큰아이가 책을 15권이나 가지고 와서 읽어 주는데 마지막 3권은 어떻게 읽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 뒤로 30분 정도 거실에 누워서 잤던 것 같다.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하루 종일 졸다가 자다가 그렇게 끝나 버렸다.
아이들을 친정에 데려다주고, 씻고, 집 치우고, 야간 출근을 했다. 피곤해서 그런지 귀가 윙윙 울린다. 내 체력이 다 한 걸까? 아까 세 때는 나이트 근무하면 퇴근해서 13시간씩 자고 그랬는데.. (그때가 살짝 그립기도 하다)
출근해서
일을
마무리하고, 핸드폰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아이들 사진에 빵 터졌다.
나 자는 사이에, 핸드폰을 가지고 가서 어플을 켜고 자기들끼리 사진을 찍었나 보다.
약 50장 정도의 사진들이 사진첩에 들어 있었다.
엄마가 자는 사이, 너희들은 많은 일을 했구나!
내 딸 들이라서 그런가? 왜 이렇게 기특한지 모르겠다.
한 번은 야간 근무 후 자고 있는데 낮 한시쯤 큰딸이 나를 깨웠다
"엄마, 일어나서 밥 좀 주면 안 돼? 배가 고파"
어쩔..... 누가 보면 아동 학대하는 줄 알겠다. 미안해라!!
"엄마, 민우네 엄마는 회사에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온다는데, 엄마는 왜 밤에 일나 가?"
큰아이가 네 살 때 했던 질문이다. 응 엄마가 환자들을 돌봐야 하니까.! 이렇게 대답한 이후로 더 이상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우리 두 딸이 나를 이렇게 도와 주니, 삼 교대가 가능했던 거 아닐까?
사진첩에 아이들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난다. 내 삶의 비타민, 내 삶의 전부, 고맙다! (물론 신랑도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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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교대로 일하고 있는 15년차 간호사이자, 이쁜 두 딸의 엄마입니다. 아둥바둥이 아닌 열심히 살고 있는 워킹맘! 공감가는 이야기들로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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