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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Dec 21. 2020

엄마, 오늘 밤은 누구랑 자야 해? 야간근무 하는 날

야간근무의 고충

© nathananderson, 출처 Unsplash



"엄마 오늘은 누구랑 자야 해?"

"할머니네서 자야 해?"

"우리가 자고 있으면 엄마가 아침에 오는 거야?"

"응, 할머니네서 자고 있으면, 엄마가 내일 아침에 퇴근해서 너희 옆에서 잘게. 할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


한 달에 5번 정도 되는 나이트 근무,


12월의 나이트 근무 첫날이다.

13년째 하는 야간 근무이지만, 할 때마다 지치고 적응이 안 된다. 밤새 근무하고 아침에 퇴근할 때는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기분이랄까.?




날이 추워서 아이들을 웨건에 태워 친정에 데려다 주는길.


" 엄마. 일 열심히 하고와"

" 돈 많이 벌어서 대왕 LOL 서프라이즈 사줘야되"


엄마랑 떨어지는게 슬플법도 한데, 큰아이 돌전부터 항상 이렇게 할머니댁에 맡겨서 그런지 아이들은 완전히 적응한듯 하다. 엄마를 이렇게 기쁘게 보내주다니..돈많이 벌어올께. LOL 대왕 서프라이즈?

그까짓꺼 두개 사줄께!


"나이트 근무는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해요?"

"그럼 야간에 조금이라도 쉴 수 있나요?"

"야간에는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수당이 따로 플러스되는 거 맞아요?"


지인들이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다. 내 근무가 일정하지 않으니, 주변 지인들이나 가족들도 나에게 연락을 할 때는 전화로 하지 않고, 무조건 카톡으로 온다. 자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 근무 중이야? 시간 가능해?

" 항상 이렇게 배려해 주며 연락을 해준다. 한 달에 거의 9-10번은 쉬지만, 주변 사람들은 내가 항상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Q&A


"나이트 근무는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해요?"


내일은 신랑도 새벽 근무라서, 야간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는 저녁 6시쯤 아이들을 친정으로 데려다주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집을 치우고, 지금처럼 블로그 포스팅을 하거나 책을 읽다가 (한 시간쯤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출근을 한다.



블로그 포스팅 여유누리는 중



병원에 8시 30분쯤 도착해서 인수인계를 받고 본격적으로 저녁 9시에 업무를 시작.

퇴근 시간은 그 다음날 아침 7~8시 사이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등원을 하지 않지만, 아이들이 등원을 할 때는 아침에 퇴근 후 친정에 아이들을 데리러 가서 등원까지 시킨 후,약 오전 9시에 잠을 자고

4시쯤 하원을 시켰었다. 나이트 근무 때 자는 시간은 약 6~7시간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항상 피곤하다.

뭘 해도 의욕이 없고, 몸이 천근만근이다.



Q&A


"그럼 야간에 조금이라도 쉴 수 있나요?"


병원의 일의 강도나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환자들이 항상 입원해 있는 병동이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고, 콜 벨이 누르면 즉각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간호사와 번갈아 가면서 쉴 수는 있으나, 쉬는 것이 의무는 아니다. 쉬긴 쉬더라도, 항상 귀를 열고 콜 벨이 울리는지 예의 주시해야 된다는 말씀...



Q&A


"야간에는 주로 무슨 일을 하나요?"

인수인계를 받은 후 그 전번 근무 간호사 들이 퇴근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나이트 업무가 시작된다. 인계가 끝난 후 라운딩을 하는데, 병실을 돌면서 환자에게 인사를 하고, 증상이 어떤지, 어떤 부분이 불편한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라운딩 후 차팅 (환자 상태 기록) 을 한 후 오더 정리. 처방이 잘 들어가 있는지! 예를 들어 당뇨가 있는 환자가 있는데, 이 환자에게 어떤 수액이 들어가는지, 혈당체크는 몇 번 하는지, 내일 어떤 검사를 하며, 어떤 스케줄이 있는지 등등을 확인하다.


내일 들어가야 할 투약 처치 확인 후 준비를 해 놓고, 새벽에 콜 벨이 울리면 환자들의 필요 요구를 들어주고, 진통제를 놔주거나, 환자 상태를 수시로 살펴야 한다.


Q&A


"수당이 따로 플러스되는 거 맞아요?"

물론 당연한 말씀, 야간 근무하면 그만큼의 수당이 따로 나온다. 얼마를 더 받는지는 말하기 곤란하지만, 대부분 수당이 비슷비슷.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

나보다 체력이 더 좋은 20대 친구들은, 야간근무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다. 많이 할수록 월급이 많이 지기 때문에. 그러나 야간근무를 하면 바이오리듬이 깨지고,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되니까.. 그만두는 간호사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 kaboompics, 출처 Pixabay



어떤 기사에서 봤는데, 야간 근무 한번 할 때마다 수명이 1년씩 줄어든다고 하고, 유방암 걸릴 확률도 높다고 하고 무서운 정보들만 가득...


다들 알겠지만, 우리나라 간호사 복지가 좋지 않다. 

지방 간호사들은, 한 달에 5-6번 쉬고 야간근무 10개 이상 하고, 30명 이상 되는 환자를 혼자 보고, 그런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내 주변에만 봐도 일하지 않는 엄마 간호사들이 수두룩 한데...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뿐.



Q&A


나이트 근무의 장점은 있기는 한가요?


당연히 장점도 있다.

출근해서 해야 할 루틴 잡을 끝내면, 그때부터는 나만의 자유시간.! 물론 환자들 상태를 살펴야 하고, 콜 벨에어 응대해야 되지만, 상대적으로 오전, 오후 (데이. 이브닝) 근무보다 여유가 많다. 물론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워킹맘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집에서 아이들 보다가 직장 나오면 힐링 되는 기분이 가끔 든다.

커피도 마실 수 있지, 가끔은 인터넷도 하고, 핸드폰 카톡 정도는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남이 해주는 식당 밥은 또 얼마나 맛있는지??

일 끝나고, 달달한 아재 스타일 믹스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인터넷 기사도 보고, 집에서 못했던 독서도 하고, 힐링이 따로 없다. (딸들 미안^^)




© nci, 출처 Unsplash



"내가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벨 눌러서 미안해요."

"쉬고 있었어요? 다리가 이래서 혼자 갈 수가 없네요"

"밤에 일하는 거 힘들죠.. ?"


야간 근무 때, 도움을 청하면서도 미안해하시는 환자분들을 볼 때면, 막 더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야간근무하는 게 많이 힘들겠다며, 먹을 것도 쥐여주시고, 손도 잡아주시고 환자분들이 이렇게 말해주시면, 힘이 난다. 가끔은 아가씨냐고, 결혼은 했냐고 물어 봐주시는 고마운 어르신 환자분들도 계신다... (고맙습니다.. ㅋ)


신규 간호사 때는 야간 근무가 무서웠다. 무슨 일이라도 터지는 건 아닐까, 내가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지금은 13년째 일을 하다 보니, 별로 두려운 게 없다. 상황에 맞게 대체하면 되고,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항상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너무 거만하게 보이려나..?




아침에 퇴근해서, 천사처럼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기운이 난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도, 아이들이 간호사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잖아! 삼 교대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가씨 때는 그러려니 받아들이고, 일을 했는데, 아이가 둘이나 생기다 보니, 가끔은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엄마 아침에 내가 일어나면,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해. 알았지?"


가끔은 이런 말이 가슴 아프기도 한데,

또 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 종일 육아하는 건 힘들고, 커리어는 쌓고 싶고, 하루에도 마음이 몇 번씩 왔다 갔다 한다.


약 40분간의 글쓰기를 마치고,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 외할머니 댁에서 잘 놀고 있을 아이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엄마는 일하러 간다! 야간 근무 첫날인데 낮잠을 자지 못해서 그런지,  

유독 피곤한 날. 커피 한 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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