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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Feb 17. 2021

워킹맘, 아이에 대한 미안함을 물질적 보상으로..?

워킹맘 스토리


엄마. 오늘은 일 안나가면 안되?
어린이집 안 가고 엄마랑 있고 싶어!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어린이집에 안 가고 싶단다. 엄마랑 있고 싶단다.

나는 당장 아이 둘을 등원시키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출근 준비도 해야 되는데....

급한 데로 아이를 사탕발림으로 꼬셨다



엄마가 일을 나가야 해.
대신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시크릿 쥬쥬 구두 사줄게!!!



항상 이런 식이었다. 일 안 나가면 안 되냐는 아이에게, 돈 많이 벌어서 장난감 사준다고 그 상황을 모면했던 것 같다. 많은 육아서를 읽었다. 특히 워킹맘들이 쓴 책을 많이 읽었는데, 책의 저자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 일하는 엄마라서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가질 필요 없어요"

" 물질적으로 보상하려고 하지 말고, 대신 하루에 30분 아니 단 10분을 놀아주더라도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하세요"


맞다. 다 맞는 말이다!!

책에 나온 내용처럼 다 되면 얼마나 좋게냐마는~~ 현실은 다르더라. 특히 야간 근무 출근을 할 때는 아이의 투정이 늘어난다.

7세가 된 큰딸은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엄마 잘 다녀와~ 인사하면서 뽀뽀를 해준다.

그런데 작은딸은.... 엄마가 왜 밤에 일을 나가야 하는지? 왜 근무 시간이 불 규칙적인지 이해를 못 한다. 일을 하면 월급을 받고, 돈을 번다는 개념도 아직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물질적인 보상을 해주려고 애썼던 것 같다. 어제는 하원을 하고, 엄마와 했던 약속이 생각났는지 "시크릿 쥬쥬가 신었던 이쁜 반짝이 달린 구두"를 사달라고 한다.

(기억력도 좋지..)






제발.. (이것만은 아니기를)

80년대 스타일. 촌스러운 분홍에 반짝이

게다가 5세 아이 신발에 굽도 달려있다.

신으면 또각또각 소리까지 나는, 아주 불편해 보이는 신발... 고르지 않기를 바랐으나, 이거 아니면 무조건 안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사주었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좋아하는 아이.

5세 아이가 쫑알 거리며, 굽 있는 구두를 신고 홈플러스를 누비니, 사람들이 쳐다보며 귀엽다고 한마디씩 한다.


"엄마 최고"

"일 열심히 해서 또 사줘야 돼"

이렇게 말하는데 내 마음은 잠시 사르르 녹아서 증발할뻔했다.

하나도 안 이뻐 보이는데...

위험해 보이는데...

평소에 무심코 한 약속 때문에, 또 이쁜 쓰레기 하나를 사 왔다.

(조만간 발 아프다고, 내팽겨질 것이 뻔하다)



"그래. 내가 왜 일하는데

이쯤도 못 사줘?

이러려고 돈 버는 거지.

아이들이 원하는 거 다 사주자!"





그렇게 해서 사준 것들이 하나 둘 모여서 산이 되었다. 얼마 전에 집안에 안 쓰는 물건들 정리한다고 사진 찍어 당근 마켓에 올리고 정리를 하면서 느꼈다.



" 나는 왜 이 이쁜 쓰레기들을 사서 모았을까?"

" 이 돈으로 아이들 ETF라도 한 주씩 사줬으면 지금쯤 큰돈이 되지 않았을까?"



"나는 사주고 싶어도 돈 없어서 못 사주는데, 배부른 소리 하는 거 아니에요?"

"돈이 없어서 아이들이 가지고 싶은 거 못 사주는 설움을 알기나 하세요?"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다. 그렇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힘들게 워킹맘으로 일한 덕분에, 그만큼 고정수입이 생겼으니... 경제적 활동을 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힘듦을 감수하고 있는지..




장난감을 처음 사준 날.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엄마 최고"

"사랑해" 하면서 뽀뽀도 해주고,


아주 열심히 가지고 놀다가, 하루 이틀 지나면

아주 처참하게, 내동댕이 처지는 장난감들.

어린이날, 쉬지 못하고 출근하면서 아이들에게 미안해 급하게 사줬던 장난감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하루 이틀... 일주일 정도 지나니, 쳐다도 보지 않았다.

나어릴 때는, 미미인형 하나 가지고도 몇 년은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물질만능 주의로... 물건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다.

(물론 내가 그렇게 만들었지만)



밤새 쿠팡과 인터넷 마켓을 검색해가며 최저가로 사줬던 레고 블록.

이것도 역시 지금은 다 부서지고,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왜 자기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까?

선전에 나오는 장난감마다 다 사달라고 하는 이유가 뭘까?

하루 이틀 가지고 놀면 시들어지는데, 금방 싫증 내는 이유가 뭘까?


잘 생각해 보니, 그건 다 내 탓인 것 같다. 일하는 미안함을 물질적인 보상(장난감, 옷, 가방 등)으로 표현하려고 했었다.


" 싫증 나면 엄마가 또 사주겠지"

" 엄마가 일나가서 또 돈 벌어오겠지"


아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건 값비싼 장난감

값비싼 메이커 옷. 전집이 아니다.


싸구려 천 원짜리 장난감, 2000원짜리 클레이로 두 재미있게, 열정적으로 놀아주는 엄마와의 시간을 더 원하는 것 같다.머리로는 아는데, 막상 실천은 안되고,


어느 순간 아이 두 명이서 스스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놀잇감을 찾아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일하는 엄마로, 더 이상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많이 가지지 않기로 했다.


내가 좋아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 일하는 이유도 있지만, 경제적인 여유를 얻어서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고 싶은 이유도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부터는 이브닝 근무이다

1시 출근 밤 10시 퇴근

퇴근 후 많이 피곤하지만, 엄마만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딱 한 시간.

아이들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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