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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슈맘 Feb 20. 2021

영상통화는 왜 했을까? 마음이 무거워지는 엄마.

워킹맘 스토리


아이들이 유치원, 어린이집을 가지 않아 제일 좋아하는 토요일, 일요일.


아쉽게도 오늘 오후 출근을 했다. 

수, 목, 금, 토, 일 5일 연속으로 이브닝 근무 (오후 1시 출근~ 10시 퇴근) 가 계속되면서, 아이들의 육아는 신랑과, 친정어머니가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다.


아침에 아이들을 잠깐 보고, 밤에 가서 한 시간 정도 놀아주는 게 전부이니, 아이들도 엄마가 그리운가 보다.  잠이 많은 나는, 오늘도 10시에 일어났다. 항상 미라클 모닝을 시도하지만, 삼 교대로 바뀐 패턴 때문에 쉽지가 않다. 




집을 후다닥 치웠다. 아무리 치워도 치워도 원상태로 돌아가는, 신기한 현상.

그래도 부지런만 하면 20분이면 금방 깨끗이 치울 수 있다. 이건 직장맘이어서, 바빠서 못 치운 게 아니고, 단순히 내가 게으른 탓인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러워진다. 


내복 바지 위에 쫄바지만 입힌 상태로, 외투와 마스크를 씌워 친정에 데려다주었다. 

오늘은 친정어머니도 외출 예정이다.

(결혼식에 가셔야 한단다) 

정년퇴직한 친정아버지가 아이들을 봐주신다고 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맡기고 출근을 했다.


일주일전 찍은 사진



날씨가 이렇게나 좋은데.비록 미세먼지가 많지만.... 

동네 놀이터라도 킥보드, 자전거 타고 산책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주말, 공휴일, 명절,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날 등등 아이들을 맡기고 나올 때는 내심 미안한 생각이 든다. (물론 수 선생님의 배려로 특별한 날은 오프를 많이 주시기도 하신다)


출근 후 정리를 하고, 문득 아이들이 보고 싶어 친정아버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엄마다!!!"

아이들이 반갑게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


무조건 울어버리는 둘째.



서로 영상통화를 하겠다고, 싸우고 난리가 났다. 급기야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밀쳤고, 대성통곡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당황한 친정아버지는, 싸우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둘째를 진정시키려고 했으나,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았고, 악을 쓰고 울길래, 결국 영상통화를 끊어버렸다. 


영상통화한 것을 백번 후회했다. 

괜히 잘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전화했다가 싸우게 만들고, 친정아버지를 힘들게 만들었다. 



© jamesponddotco, 출처 Unsplash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둘이 싸우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차라리 이 꼴 저 꼴 안 보고 주말에 일하는 게 낫다"

생각하다가


문득 아이들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아이들도 알까? 얼마나 엄마가 그리웠으면, 서로 전화를 받겠다고 싸우고 난리일까......

혼자 독박 육아하시는 친정아버지를 믿고, 그냥 내 할 일만 했으면 됐을 것을 영상통화는 괜히 해가지고, 분란을 만들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리 딸들 또래의 자매가, 엄마의 양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남들 일할 때 일하고,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 6시에 퇴근하고, 주말, 공휴일에는 다 쉴 수 있는...

그런 평범함이 새삼 부럽다. 


© klimkin, 출처 Pixabay


내년에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할 텐데, 언제까지 삼 교대를 할 수 있을지.. 이 또한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내 다시는 영상통화하나 봐라! 기분 좋게 출근했는데, 자꾸 울컥 울컥해서...... 얼른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 시간 부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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