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 속 캐릭터의 'Want'와 'Need'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아이돌이 있다. 다양한 컨셉과 노래로 데뷔하며 각자의 특색을 선보이고자 노력한다. 이제는 버추얼 아이돌도 활동하는 지금, 활자돌이 존재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2021년에 연재가 시작되어 2023년에 완결된 후 1년이 넘었음에도 <데뷔 못하면 죽는 병 걸림(이하 데못죽)>의 인기는 식지 않는다. 연재가 진행되었던 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서 현재 데못죽의 열람수는 6억. 최근에는 리디북스에 단행본까지 발간되었다.
아이돌을 소재로 잡는 아이돌물 웹소설이 그 이전까지도 많았다. 그러나 아이돌물 웹소설이 실제 '활자돌'로서 인기를 끌게 된 것에는 데못죽도 크게 한몫했다. 데못죽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 실제 아이돌처럼 캐릭터들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생겼던 이유. 그 이유 중에는 캐릭터의 구체적이고 세심한 조형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데못죽은 말 그대로 데뷔를 못 하면 죽는 병에 걸린 주인공으로 시작된다. 정확히는, 갑자기 몇 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박문대'라는 생판 초면의 몸에서 깨어난 '류건우'가 1년 이내 아이돌로 데뷔하지 못할 경우 사망한다는 이상한 상태 이상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그는 빠르게 자신에게 일어난 기이한 상황과 '상태창'이라고 부르는 수상한 시스템을 파악하고, 최대한 빠르게 아이돌로 데뷔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미래 지식을 활용해 자신이 알고 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스토리가 들어가는 창작물은 등장인물이 원하는 것(Want)과 실제 등장인물에 필요한 것(Need)을 바탕으로 사건이 발생한다.
등장인물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은 대개 다르게 설정된다. 등장인물은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수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등장인물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찾느냐, 마지막까지 찾지 못하느냐도 이야기의 결말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작중 인물의 욕망은 작품이 진행될수록 작중인물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느냐,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를 결정짓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잘 충족시켜 변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나아가는 안정형 인물도 있다. 이들은 대개,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뿐 스스로에게는 큰 변화를 갖지 않는다.
데못죽의 초반부에서 주인공, '박문대(실제 이름은 '류건우')'가 가장 원하는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태 이상이라는 죽음의 위협 속에서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작품의 중반부를 지나 그런 생존의 위협이 조금 줄어들 무렵, 다시 그가 새롭게 설정하는 목표는 시스템을 없애는 것이다. 그는 목표지향적이고, 그것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럼, 이 박문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일까? 물론 목숨은 소중하니까 살아남는 것은 중요하다. 그럼 시스템을 없애는 것일까?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일이니 중요하다. 그러나 박문대, 류건우라는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박문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손에 넣는다. 독자인 나는 그 가장 필요한 것을 가족이라고 정의했다. 피가 이어진 가족이 아니더라도 곁에서 함께 심상을 공유하고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동료, 얼토당토않은 말을 믿어주고 자기 행동을 지지해 주는 친구, 그에게 무한한 애정을 퍼주는 팬…. 이런 가족 같은 존재들이야말로 박문대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박문대의 해피엔딩으로 향하는 열쇠를 만든다.
박문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엮이는 주요 인물들은 모두 이처럼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나뉜다. 그들은 각자 타인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 깨닫기도 하면서 점차 성장해 나간다. 처음부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상태에서 점차 긍정적으로 나아가는 이도 있다. 캐릭터들은 모두 각자의 상승세를 유지한다.
데못죽은 기본적으로 박문대의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그는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숨긴다. 일인칭 시점인 만큼, 독자는 기본적으로 박문대가 보는 시선으로 타인과 사건을 볼 수밖에 없다. 박문대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생략되고, 그가 주의 깊게 보는 것만이 독자들에게 제공된다. 그래서 독자는 주인공의 판단을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작중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같이 느껴진다. 편안하고 즐거운 에피소드와 비현실적인 사건이 곁들여지며 주인공이 겪은 위기가 번갈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읽는 독자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줄 수 있으나, 박문대의 '담담함'이 독자를 지탱한다. 그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 섞인 독백이 독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그 말은 즉, 그가 정말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순간 독자도 함께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독자가 주인공에게 몰입하고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주인공이 다른 등장인물을 자신의 선 안에 들이고 소위 '애정'을 줄수록, 독자도 주인공 주변의 다른 등장인물에 애정을 준다. 합격자를 모르는 서바이벌 오디션부터 데뷔 후의 행보까지, 주인공과 일심동체 되어 애정을 주다 독자는 어느새 러뷰어(작중 아이돌 그룹 '테스타'의 팬덤명)이 된다.
이렇게 작품 속 그룹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몰입하다 보면, 작품은 독자의 손에 여러 방식으로 재생산된다. 각 앨범과 무대의 의상 등을 상상하며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작곡이 가능한 사람은 그들이 만들었을 노래를 상상하며 직접 노래를 작곡하기도 한다. 이런 재생산을 거듭하면 작품은 완결된 후에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이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다양한 활자돌의 시대가 찾아왔다. 갑자기 다른 세계로 떨어진, 혹은 원래는 다른 직업을 갖고 있었던…. 바야흐로 '현대 판타지'다운 활자돌의 등장이다.
2차원에서 3차원. 누군가에게는 그저 허구일 뿐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으나, 이런 활자돌을 향한 애정 또한 아이돌을 사랑하는 팬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