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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웅 Jun 10. 2022

을의 연애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영화 <월플라워>를 보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월플라워>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왜 좋은 사람들이 잘못된 사람을 선택하죠?


이 말은 주인공인 찰리가 앤더슨 선생님에게 하는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을 하기 전, 그는 사랑하는 친누나 '캔디스'가 남자 친구에게 뺨을 맞는 광경을 목격했다.

더불어 빛나고 아름다운 사람임에 틀림없는 친구 '샘'이 자신을 존중해주지 않는 연인과 만남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는 왜 좋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소홀하고 무례한 사람들과 연애를 이어나가는지 알 수 없어 슬퍼한다.

그런 그에게 앤더슨 선생님은 이렇게 답해준다.


우리는 자신이 받을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사랑을 받아들인단다.



이 말을 의역해보자면, 우리는 자신이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랑을 선택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임이 분명함에도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나가는 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뜻이 된다.


내가 을의 연애만 반복하고 있다면, 이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조금은 심리학적인 접근을 통해 더 깊이 이해해볼 수 있다.


어딘가에 불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연기가 나고 쾌쾌한 냄새가 나면, 사람들은 도망칠 것 같지만 대부분 그러지 않는다.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대개는 자리를 지킨다.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누군가 “불이야!” 크게 소리를 지르면 그제야 도망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위험하다고 알려줄 때, 비로소 위험을 감지하는 것이다.


정보를 얻는 방법에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스스로 자신의 오감을 이용하는 방식과 다른 사람들이 주는 정보를 수용하는 방식이다.


연애는 어떠한가?

아무리 내가 잘 아는 친구라도 그가 연애할 때는, 자신의 연인에게는 내가 모르는 내밀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연애는 연애 당사자들이 아니면 타인이 알기 어렵다.


연애는 남들이 개입할 수 없다는 말이다.

순전히 연애 당사자의 몫이다.


그렇다면 나의 연인은 자신이 나를 관찰하여 얻은 정보와 내가 그에게 주는 정보를 통해 나를 알아간다.


그런데 내가 만일 자기 자신을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존감이 낮아 자주 자책한다면?

자신은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비관해버린다면?


“난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애야”

“난 이 정도만 해줘도 기뻐해”

“난 사랑받을 만큼 아름답지 않아”,라고 자꾸만 정보를 준다면?


연인은 이렇게 생각하게 될 확률이 크다.


"얘는 이쯤 해주면 되는 애야."


안타깝지만, 자존감을 높여주려고 노력해주는 좋은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인간은 간사해서, 상대가 '이 정도로만 대충 대해도 되는구나' 싶으면 안일해지는 경향이 있다.


<월플라워> 속 샘의 말처럼, 바꿔볼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만큼 대접받는다.


연락이 오지 않을 때

나만 내내 기다려야 할 때

서운할 때

나를 순위에서 밀어낼 때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할 때


나는 그렇게 대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그런 남루한 사랑을 받기엔

나는 너무나 찬란한 사람이라고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알려줄 수 있다.

오직 나만 알려줄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가 못나고 별로라는 생각이 들 때도,

고생했어, 이미 좋아, 잘했어, 넌 아름다워

거울을 들여다보며 다정한 한마디를 꾸준히 건네보자.


어떤 사랑을 받을지도, 내가 선택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나를 열렬히 사랑해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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