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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린뒤맑음 Jan 13. 2024

5년차 마케터, 쌩퇴사의 기로에 서다

두 번째 쌩퇴사를 고민하는 마음

서른 살이 되던 2019년 1월, 가고 싶은 회사 입사 시험 준비를 위해 공부하겠다며 첫 회사를 호기롭게 박차고 나올 땐 몰랐다.


내가 쌩퇴사를 또 고민하게 될 줄은.


정확히 5년 후 지금, 인생 두 번째 쌩퇴사를 고민하고 있다.


나는 왜 쌩퇴사를 또 고민하는가? 결혼도 했고 내집마련 계획도, 아이계획도 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도대체 왜?



1. 저렇게까지 살고 싶지 않다


한 친구가 잊을 수 없는 띵언을 남겼다.

신입 시절에는 회사 내 리더들을 보며 '와~ 내가 저렇게 된다고?' 라고 생각했었고,

회사생활을 몇년 한 지금은 '오 ㅅㅂ 내가 저렇게 된다고?'라고 생각한다고.


내가 요즘 느끼는 마음이 딱 그 마음이다.


마케팅으로 월급받는 차장 이상 선배들을 보면 도대체가 워라밸 좋은 케이스가 없다. (주변도르 기준)

연차가 높아질수록 회사에 점점 더 몸을 갈아넣어야 하는 이 마케팅판.


그리고 회사 다니면서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거절하는 게 가능한가? 월급은 합의금이라 했다. 회사는 내 시간을 월급주고 사서 나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다. 내 시간 중 몇 시간이 아닌, 내 시간 사실상 전부를. 잡 디스크립션에 나온 업무 뿐 아니라 시키는 모든 업무를.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프리랜서라면 직장인처럼 헥헥대며 일이 많은 상황보다는 일이 없어 괴로운 시기가 오히려 더 많을 거다.


특히 아이고민까지 하다보니 지금이 딱 내려놓고 싶은 시기인데 회사는 나에게 더더더를 원한다. 업무 조정도 잠시, 결국 일은 점점 쌓여간다. 이렇게 내 인생이 흘러가는게 맞나 싶은 의문이 커져 간다.




2. 시스템에 안주하는 것의 두려움


난 이제 회사원으로서의 삶에 충실하는 것보다 회사 밖에서 먹고 살 길을 찾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졌다.

부동산 투자를 하든, 프리랜서를 하든, 월급 말고 다른 돈 버는 방법.


마케터 수명은 짧고, 돈 벌어야 하는 기간은 길다.

앞으로 내가 마케터로 월급받을 수 있는 건 길어야 10년. 미래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즈음.


그럼 그 이후는 어쩔 건데?

회사 시스템에 젖어 있는 데다가 새로운 스킬 습득도 지금보다 더딜 10년 후의 내가 회사 나와서 야생에서 뭘 할수 있을까?

업플라이 연실 님 말씀이 생각난다. 내 가치는 내 소속, 내 경력, 내 연봉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달려있다고.

그런 고오급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 그럼 결국 도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3. 지금이 마지막 모험의 시기


이렇게 회사 없이도 먹고 사는 시스템 구축, 프리랜서로서의 수익 실현가능성을 알아 보는 실험이 필요하다면 언젠가 한 번은 질러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 타이밍이 지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 생기기 전 마지막 자유의 몸인 바로 지금. (목표대로 아이 계획이 풀린다면 딱 1년 남았다)


홀로서기에 어찌저찌 성공한다면 육아와 병행가능한지 각 재보고, 도저히 병행 안되겠으면 회사로 복귀하면 된다. 경력단절 사유도 육아라는 킹정 사유가 아닌가. 회사 급이 낮아질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취업 자체는 경력의 공백이 있어도 가능하다. 마케터라면.




4. 사이드 잡의 경험


토스트마스터즈를 사실상의 사이드 잡이자 찐한 취미생활로 8년간 해왔고, 내가 한다고 손든 일은 어찌 됐든 해내왔었다. 전 회사 경력을 보고 그 때 했던 일을 비슷하게 진행해 줄수 있는지 문의도 있었고,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서도 문의를 받았다. 내가 회사 밖에서 혼자 힘으로도 누군가에게 가치를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는 그걸 돈주고 사고 싶어한다는 것, 그게 나에게는 의미있는 시그널이 되어 준다.



5. 프리랜서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내가 버텨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


프리랜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힘든 상황과 대처방안은 아래와 같다.


1) 소속 없는 외로움, 자존감 하락

첫 회사 때려치고 수험생으로 보낸 2년동안 외로움 타거나 자존감 낮아진 적 없었다. 오히려 '아 회사 안가서 천국이다' 싶었다.

2) 고객에게 갑질당하고 컴플레인 듣는 것을 홀로 견뎌야 하는 것

이미 회사에서 경험하고 있다. 프리랜서로 만나는 진상고객은 싫으면 계약 끝나고 안보면 그만이지만 회사는...

3) 일 끊겨서 돈 안벌림

다시 회사 가면 된다.




이렇게 나는 너무나 애정하는 현 회사에 생각지 못했던 퇴사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누군가는 얘기할거다. 한 회사 길게 못다니는 근성없는 저런 이력서 거른다고. (실제로 전 회사 팀장에게 들은 말)


메리쥴리님의 띵언으로 대신 대답하고 싶다.

회사를 길게 못 다닌게 아니라, 안 다닌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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